깨어나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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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곧 추석이 돌아옵니다. 그런데 저도 모르게 ‘올 한 해도 이렇게 침체된 상태로 지나가는구나. 나는 왜 발전된 삶을 살지 못하고 침체되어야만 하는가. 내가 하는 이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니 너무 마음이 공허해집니다. 스님, 어떻게 하면 초발심을 다시 일으킬 수 있을는지 좀 깨어나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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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그것도 마음입니다, 그것도. 마음은 광대무변해서 마음을 너희들 마음대로 자유스럽게 쓰고 살아라 하고 이렇게 자유스럽게 내놨다고요. 아, 그런데 왜 마음을 자유스럽게 쓰지 못하고 그렇게 침체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또는 답답하게 생각하고, 얼른 공부가 안돼서 답답하다고 생각하고 그러나요, 예?
과정 없는 현실이 없듯이, 내가 있기 때문에 내가 나온 자리를 알아야 하고, 나온 자리를 알아야 가는 자리를 알고, 가는 자리를 알아야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자리를 알아요. 그러니 열심히 선원에 다니면서 같이 공부해 가는 도반들과 토론도 해 가면서, 스님들께 질문도 해 가면서 자꾸자꾸 물어서 따라가 봐요. 먼저 공부를 시작했고 얼마나 오랫동안 공부를 했고 그게 문제가 아니에요. 모든 걸, 아는 것은 아는 것대로 놓고 모르는 건 모르는 것대로 놓고, 놓고 지켜보고 실험하고 체험하는 것이 바로 그대로 참선이란 말입니다. 그래서 관해 보고, 인간 세상에서 말하고, 가고 오면서 지켜보고, 그런 게 모두 참선이라는 뜻이에요. 이 마음자리에서만이 일체 만법이 나고 들고 나고 들고 하는 거니까요. 그것을 지켜보고 관찰하면서, 실험하면서 체험을 안 한다면 그건 참선이 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내 몸으로나 가정으로나, 모든 것을 습득을 해서 모든 관습을 놓고 실험을 하는 겁니다, 하나하나. 알고 보면 상당히 쉬운 일인데도 자기를 자기가 못 믿기 때문에 문제가 일어나는 겁니다. 자기가 자기를 못 믿고 뭘 그렇게 알아야 하고 따져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잘 배웠고 잘났고, 똑똑하고 못났고, 못하고 못 배웠고 이런 거를 몽땅 다 놓는 겁니다. 놓는 거라고 하니까 놓는 거에 또 걸리지 마십시오. 내 육체를 나라고 하거나, 내가 했다고 하거나, 내가 가졌다고 하거나, 모든 걸 나라고 일으켜 세운다면, 모두 둘로 보이기 때문에, 상대로 보이기 때문에 잘했다 못했다가 연발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오는 겁니다. 그리고 업이 녹질 않아요. 과거에 입력된 것이 살살 나오는 위에다 또 자꾸 업을 지어서 미래에 나오게끔 입력하는 겁니다. 지금 입력하는 것은 미래에 가지고 나올 것을 미리 저장을 하는 거죠. 저장 아닌 저장이죠. 여러분이 그 업을 안 지으려고 아무리 애써도 이건 자동적으로 되는 거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하여튼, 여러분이 각자 자신을 진짜로 믿어야 합니다. 그래서 ‘육신’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신은 육을 끌고 다닌다는 뜻입니다. 그래, 내 신을 두고 남의 신을 찾고 믿어야 하겠습니까? 자신(自神)을 두고! 자신은 정신계에 속하고 육은 현실계에 속하는 겁니다. 항상 육은 끌려다닙니다, 마음의 주인한테. 그러니 잘못 돌아가는 거는 거기다 되놓고 잘 돌아가게 해서 서로가, 누가 더 높고 얕음이 없이 상통하면서 같이 작용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본래는 같이 작용을 하는데, 지금 유심(有心)에서는 도저히 정신계와 물질계가 한데 작용을 하는 걸 모르기 때문에, 그걸 새삼스럽게 말하는 건 아니지만 현재 그렇게 가고 있으니 그걸 의심하지 말고 믿으라고 하는 겁니다.
‘이게 뭣고? 이렇게 되는 거지, 저렇게 되는 거지! 이게 틀리지, 이게 옳지!’ 이런다면 자기가 자기를 어떻게 믿고 자기가 자기를 어떻게 이끌어 갑니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래도 따져야 하는 마음이 생기십니까? 자기한테 자기가 따지는 겁니다. 그러니 아무리 따져 봤자죠. ‘이렇게 해야 맞지, 저렇게 해야 맞지!’ 하고 자꾸 잔소리가 심하고 이론이 많아지고 그런다면 전자와 전자가 어떻게 마주 붙어서 불이 들어옵니까? 자기한테 자기가 따지려고 드는 사람처럼 어리석은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좀 심사숙고해서 여러분은 진짜로, 못났든 잘났든 자기를 믿고, 자기 주먹만을 믿고 주먹에서 나오는 거 주먹에다가 도로 놓는 마음! 그런 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이 세상을 다 지닌 한자리, 그것이 그 주먹 아닙니까?
아리송할 거예요. 그렇지만 그대로 그렇게 해 보세요. 자기 차원은 자기가 알게 돼 있습니다. 누가 알려 주는 게 아닙니다. 자기 차원은 자기가 자꾸자꾸 알아집니다. 그러니 그저 보고 듣고 생활하면서 열심히, 일을 하다가도 똥을 누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생각나면 생각나는 대로 한 찰나에 그냥 거기 놓으세요! ‘너만이 할 수 있잖아!’ 하고 말입니다. 그러니 침체돼 있든 침체돼 있지 않든 그것도 다 자기 마음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것을 한번 잘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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