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신통에 대해서
본문
질문
스님께서는 오신통에 대한 말씀을 자주 하시는데 저희들이 모르는 상태에서 스스로 오신통을 쓰며 살고 있다고 배웁니다. 그러다 보니 의도적으로 그런 신통을 쓰는 경우도 있다고 봅니다. 역대 조사님들은 오신통을 쓰는 것을 금기 사항으로 경계하셨습니다. 체와 용이 둘이 아니라 하나 사회생활에서는 용이 많이 필요하게 됩니다. 사회생활에 오신통을 활용하여도 부처님 법이나 역대 조사님의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을는지요. 가르침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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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여러분! 생활이 그냥 오신통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십니까? 여러분이 보시죠? 들으시죠? 그리고 마음으로 좋고 나쁜 걸 아시죠? 그리고 말을 통해 보면 벌써 그 사람의 마음을 읽으실 수 있죠? 그리고 가고 오는 것도 가고 오고 이러시죠? 고정된 게 없이 그냥 가고 오고, 말도 고정된 게 없이 하고 이러는 게 그대로 오신통 아닙니까? 아니, 지금 오신통을 하고 가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오신통을 하되 오신통 안에서도 벗어나야 진짜 오신통을 굴릴 수 있느니라 이런 소립니다. 지금 오신통을 굴리고 사는데 오신통 안에서 벗어나야 된다 이겁니다. 그러니까 오신통 안에서 벗어나려면, 항상 얘기하죠. 내가 했다, 내가 줬다, 내가 살고 있다, 내 거다, 내가 번다, 내가 망했다라고 하는 이런 ‘나’라는 거를 쑥 빼 버리고 ‘나는 공체로다. 나는 공체고 지금 내 속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나는 그저 심부름할 뿐이야.’ 이러고 사신다면 그것이 바로 오신통을 벗어나게 되는 방법입니다. 우리가 벗어나려면 그렇게 한 구멍에다 모든 것을 다 맡겨 놓아야 합니다. 그렇게 내가 한다는 말 없이 ‘나는 관리인이요 집합소요 심부름꾼밖에는 될 수가 없다. 자생중생들을 먹여 살리면서 내 마음으로써 모두 다스려서 천백억화신으로 화현을 시켜 놔야 되겠기에 나는 심부름을 열심히 해서 보살들로 이루어 놓겠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진짜 오신통 안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오신통이 별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깨달으면 눈 가는 데 귀도 쓰고, 귀 가는 데 코도 쓰고, 코 가는 데 혀도 쓰고, 혀 가는 데 몸뚱이도 다 씁니다. 그게 오신통이에요. 그런데 우리가 그냥 따로따로 쓰는 거 보셨습니까? 오신통을 따로따로 쓰는 게 없으니까 오신통도 없다 이겁니다. 오신통도 벗어나서, 오신통이라고 이름 해서 오신통이지 오신통은 없다라는 소리가 나옵니다. 그러니 오신통이 없다는 자체는 우리가 종합해서, 밥을 지으려면 물도 들어가야 하고 불도 들어가야 하고, 안 그렇습니까? 쌀도 들어가야 하고 사람도 있어야 하고, 이렇게 한데 모여서 밥 한 그릇이 되듯이 말입니다. 그러니까 눈 가는 데 귀가 가고, 귀 가는 데 냄새 즉, 우리가 반찬 냄새 맡고 이러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냄새와 맛, 결정적인 맛, 이런 거는 좋고 저런 거는 나쁘게 하는 것이고 ‘이건 참 좋은 사람이구나.’ ‘이건 싫구나.’ 하는 결정적인 맛, 그런 것을 아는 그 자체를 송두리째 같이 돌아가면서 하고 있지 따로따로 하는 게 없지 않습니까?
눈으로 보면 벌써 귀로 듣게 되고 귀로 듣게 되면 벌써 결정이 되게 되고, 벌써 나쁜 거 좋은 걸 가리게 되고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이 바로 우리가 오신통이 있다 하더라도 오신통이 없느니라 하는 겁니다. 없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이 고정되게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쓰는 게 아니고 포괄적으로 쓰는 거기 때문에 없다고 하느니라. 그리고 지금 어항 속이 오신통 안입니다. 지금 공기주머니 안이 오신통 안입니다. 오신통 안에서 아무리 해 봤던들 내가 자유스럽게 나갔다 들어왔다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면, 공기 없는 데나 공기 있는 데나 마음대로 왔다 갔다 할 수 없다면 그거는 자유인이 못되고 오신통 안에서 허우적거린다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오신통이다 하는 생각도 말고 오신통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도 마세요. 우리 생활 자체가 그대로 오신통 안에서 지금 살고 있으니까 ‘오신통 안에서도 내가 벗어나야 되겠다.’이래서 지금 공부하는 겁니다. 그 법통 안에서 벗어나야 그것을 스스로 자유스럽게 쓸 수도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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