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석과 백종에 대한 신도와 스님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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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얼마 전 현대불교신문에서 그토록 활발했던 부산지역 대학생 동아리들이 숫자가 줄어서 전체 인원이 20명밖에 되지 않고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렇듯 젊은 세대들에게 불교와 정신세계에 대한 관심이 전무한 이런 시기에 칠석과 백종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그리고 신도들은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고 스님들은 어떤 역할을 하셔야 부처님 가르침의 참뜻을 구현할 수 있을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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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해마다 ‘칠석(七夕)’이 돌아옵니다. 칠석날! 일체 만물만생이 둘이 아닌 고로 종합적으로 여래라고 하는 거와 같이, 칠석이라는 이름은 종합된 이름입니다. 칠석! 그러면 또 칠성은 무엇인가? 그거는 개개인들의 성을 말하는 겁니다. 성을 항상 가지고 있으면서 떼려야 뗄 수 없듯이, 성 자체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성입니다, 그대로. 그래서 칠성은 개개인의 성일 뿐만 아니라 그 이름과 성을 종합해서 칠성이라고 이름을 해 놓은 겁니다. 그래서 북두칠성도, 어떠한 별성도 이 우주 천체가 우리 마음에 직결이 돼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마음대로 살지 못하고 있어서 마음대로 살 수 있게끔 하는 도리를 지금 배우는 겁니다. 여러분이 제가끔 자유스럽게 쓸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도, 자유스럽게 마음을 마음대로 쓸 수 있습니까? 여러분이 자유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마음대로 못 쓰는 것은 자기가 자기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칠석날 촛불을 켠다 이런 것은 우리가 마음의 밝음을 그대로 연결해서 내가 밝아짐을 말하는 겁니다. 그래서 칠석날은 산 사람이 촛불을 밝히듯이 내 마음을 밝혀서 다스리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땅에서 싹이 났는데 그 싹은 뿌리를 모르기 때문에 칠석날을 만들어 놓고 누구든지 자기 뿌리와 더불어 마음을 밝혀라 이런 뜻입니다.
백종(百種)은 왜 생긴 건 줄 아십니까? 백종이라는 것은 그 말 그대로 백종입니다. 씨가 아직 땅속에 들어가지 않은 관계상 여러 신도님들은 부모를 위해서나 자기를 위해서나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산 사람이나 죽은 사람이나 씨는 다 마찬가집니다. 싹은 났으되 자기의 그 씨를 모르니까 말입니다. 살아 있을 때에 그 씨를 몰랐기 때문에 자기가 싹으로 그냥 있는 줄 알고 허공중에 헤매는 조상들이, 영혼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스님네들은 어떤 역할을 하느냐? 신도님들이 밭을 갈고 흙을 고르고 물을 촉촉하게 해 놓으면 스님네들은 씨를 심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 씨가 바로 싹이 되고 할 때에, 또 이런 점이 있습니다.
천도재들 많이 하시죠? 그런데 염불만 해서 천도가 되는 게 아니고 씨가 심어지는 게 아닙니다. 씨를 어디다 심느냐에 따라서 또 결과가 달라지죠. 또 씨를 심었다 하더라도 자기 씨에서 싹이 났다는 거를 그 조상의 영이 스스로 알 수 있게끔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스님네들의 소임입니다. 그럼으로써 그분들은 이 세상에 태어나도 은연중에 자기 뿌리를 알게 될 것입니다. 자손들이 그렇게 해 놓으면 스스로 자기 마음의 뿌리도 알게 될 것이며 조상들도 마찬가지여서 양면이 다 알게 됨으로써, 즉 말하자면 자유인이 될 수 있다는 그런 얘깁니다.
그냥 절에 와서 촛불이나 켜고 향이나 피우고 물이나 떠 놓고 꽃공양이나 하고 “난 절에 갔다 왔어.” “나는 불교를 믿어.” 이렇게 하면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불교가 아닙니다. 자기를 알고, 자기로부터 이 세상이 벌어진 걸 알고, 자기로 인해서 공용을 하고 돌아간다는 거를 알아야만이 제대로 불교를 아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자기 뿌리와 자기 싹은 떼려야 뗄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스님네들은 스님네들대로 물을 촉촉히 주면서 ‘마음을 밝혀서 네 뿌리를 보아야 된다. 네 뿌리가 일체 살림을 하고 가는 것을 알아야 한다. 들어야 한다.’ 이렇게 가르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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