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과 욕심에 끄달릴 수밖에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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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선원에서 스님께 배울 때는 모든 것을 놓으라고 배우지만 직장에서 일할 때 또 가정에서 문제에 부딪칠 때는 자기에게 이익 되는 것에 너무 집착을 하게 되고, 그래서 실제로 우리가 마음을 제대로 마음자리에 두지 못하고 이익과 욕심에 끄달려 가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느 한순간도 이익과 욕심에 끄달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수행과 생활의 양극단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그래요. 근데 여러분이 좀 어리석은 면이 있어요. 왜냐하면 회사에서 직원들을 데리고 일을 하거나 장사를 할 때 사람이 안 온다 온다 이런 문제들, 뭐 잇속을 찾는다, 이익이 부진하다 이런 문제들이 있을 때 ‘아, 이런 공부를 하면서 내가 어떻게 이익을 취할 수 있을까?’ 이러는데 천만의 말씀이에요. 진짜로 믿는다면, 고꾸라지든지 가든지 오든지 그런 걸 상관 안 하고 거기다가 턱 맡기고 그냥 진짜로 내가 한다는 생각 없이 한다면 아무 괴로움이 없어요. 돈이 많이 벌려도 걸림이 없고요, 돈이 안 벌려도 ‘너만이 할 수 있다.’ 하고 거기다 놓기 때문에 괴로운 게 없어요. 그런데 믿지 못하는 까닭에 그렇지 않을까요?
간단히 생각하세요. 돈을 수만억을 번다 하더라도 걸림이 없어야 돼요. 왜냐하면 그것도 자기 혼자 갖는 게 아니잖아요. 자기 혼자 번 것도 아니고 혼자 가질 것도 아니고 혼자 쓸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거기 걸려요? 내가 또 많이 번다고 하는 ‘내가’라는 생각이, 나를 내세우는 게 있기 때문에 그게 걸리는 거지 내 한마음이라는 주인공에서 본다면 아이, 그렇게 나가 많은데, 일체가 다 나 아님이 없는데 구태여 왜 거기 걸립니까? 그러니까 선지식들은 개구리 하나를 죽여도 죽인 사이가 없고, 깨치지 못한 자는 개구리 하나를 죽여도 살생이 된다 그랬어요.
그거는 여러분이 여러분의 마음을 증득해야 알아져요. 그러니까 열심히, 무조건 믿고 거기 맡겨 놓고 지켜보시고 그러세요. 그리고 거기에 걸림이 없어야 됩니다. 몇만 냥을 벌더라도, 또 욕심을 내서 생각을 내서 ‘저걸 벌어야 할 텐데….’ 이런 생각이 나도 당신 혼자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에요. 수십억의 의식들이 한데 모여서 그렇게 생각을 한 거지요. 그러니까 당신이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아셔야 돼요. 그 묘한 법은 여러분이 아마 열심히 해야 아실 겁니다.
지금 내용을 가만히 들어 보니까 ‘야, 나가서 장사를 하거나 회사에 다니거나 또는 회사를 경영하더라도 남과 같이 돈을 벌어야 살 수 있고 가정을 이끌어 갈 수 있는데, 다 놓고 어떻게 돈을 벌어서 가정을 이끌어 나갑니까?’ 이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여러분이 한번 뒤바꿔서 생각을 해 보십시오. 여기 걸어오실 때에 그냥 서서 걸어오라는 게 아니거든요. 걸어오긴 했는데 발자취를 하나도 짊어지고 온 게 없죠? 아니, 생각해 보세요. 내가 하지 말라는 게 아니거든요. 돈벌이하지 말라는 게 아니잖아요. 여러분이 저 아래에서 걸어오실 때에 발자취를 걸머지고 오셨습니까? 걸어오긴 틀림없이 걸어왔는데 걸어온 사이가 없다. 내가 짊어지고 온 게 아니니까. 벌이는 했는데,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있는데, 이게 우리가 걸어온 거와 똑같아요.
그러니까 하고 싶은 거 다 하시되 자기가 했단 말 하지 마라, 자기가 했다고 생각하지 마라, 모두가 공용으로 했다고 생각하라 이겁니다. 주인공에서 모든 것을 공용으로 한 것이지 자기 개별적으로 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동시에 우리가 걸음을 걸어왔는데, 한 발 떼어 놓고 한 발 떼어 놓고 걸어오긴 했는데 걸어온 자취가 없지 않습니까? 그것도 혼자 걸은 게 아닙니다. 여럿이 작용을 해 주기 때문에 여러분이 걸어왔지 아마 위 공장 하나만 그냥 파워가 일어나도 다리도 떼어 놓지 못하고 걸어오지도 못할 겁니다.
그러니까 모두가 같이 한 거니까 내가 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거기에 걸림이 없어요. 그게 참 묘하죠. 말로는 할 수 없는 묘한 도리입니다. 그러니까 여러분, 잘 생각해서 알아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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