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무로 시작해서 무로 끝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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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저는 인터넷으로 스님 법문을 항상 접하며 나름대로 마음공부를 해 나가고 있는 불자입니다. 사실은 다니던 회사에서 실직 당하고 몇 년째 지금 근근히 연명해 나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뭐든지 닥치는 대로 해 보려고 하지만 요즘은 아시다시피 일자리 얻기도 너무나 힘든 상황입니다. 딸린 식구들은 많은데 너무나 마음이 불편하고 걱정스럽습니다. 잘될 수 있을까요? 스님께서는 몰락 놓으라고 하시는데 이것저것 분별하는 마음 때문에 쉽지가 않습니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그건 모르니까 그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무가 왜 무라고 그랬느냐. 물감이라는 것은 하난데 색은 여러 가지죠. 그러니까 물감이라는 하나를 가지고 이 색도 쓰고 저 색도 쓰고 이 색도 쓰듯이 우리도 어머니를 만날 때, 동생을 만날 때, 형님을 만날 때, 친구를 만날 때 각각 이렇게 마음을 자연스럽게 쓰죠.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그걸 어떤 마음으로 쓸 때 나라고 할 수 없으니까, 돌아가면서 쓰니까 무(無)라고 했던 겁니다. 즉 평등공(平等空)이죠, 그러니까. 이렇게 쓰는 거 이렇게 쓰는 거 여러 가지가 고정됨이 없이 쓰니까 이걸 평등하다 해서 평등공인 것입니다. 그러니 있다 없다고 할 때의 없을 무가 아니에요. 너무 꽉 차 있기 때문에 이것도 됐다 이것도 됐다 이것도 됐다 이것도 됐다 하니깐 이건 평등공이다 이겁니다. 그러니 꽉 찬 공(空)이기 때문에 ‘무(無)’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무(無) 하나에서 수만 가지가 거기서 소생되는 겁니다. 나고 죽고 나고, 생사가 여기에서 나오는 거란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걸 종합해서 주인공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이 전체 진리가 ‘너가 있으니까 주인이 되고 너가 있으니까 바로 공이다. 그러니 거기에다가 몰락 놔 버려라. 네가 하는 거조차 놔 버려라.’ 이렇게 하는 게 뭐냐 하면 본래는 내가 빈 공에서 왔기 때문에, 온 것도 없기 때문에, 나조차도 공이란 말입니다. 나조차도 공인데, 공에다가 넣을 거는 또 어딨으며 뺄 거는 어딨느냐 이겁니다.
그러니 하는 것이 전부 공했는데 공에다 또 넣으라니 이건 어폐가 있는 말이지마는, 모두 그렇게 공해서 돌아가고 여여하게 살면서도 그 도리를 모르기 때문에 빈 껍데기로만 돌아가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무로 끝난다고 할 수가 있나요? 자기가 엄연히 살아서 움죽거리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러니 바르게 알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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