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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어떤 마음으로…

본문

질문

제가 선원에 인연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만 선원에서는 매년 새해가 시작될 때마다 촛불재를 올리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해야 할는지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이 촛불재라는 것은 모든 유의 법이나 무의 법에서 내가 형성되고 살아나갈 때에 컴컴했던 일을 다시금 내 깊은 마음으로 인해서 두뇌로 밝은 물리 지혜를 내기 위해서, 또 항상 뿌리가 깊은 밝음을 스스로서 밝게 진행하도록 하기 위해서 촛불재를 하는 겁니다. 그것이 거짓이 아닙니다. 이건 들고 켜고 하는 데에 방편이라고 하지마는 방편이자 진실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 봐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이 나무가 저쪽 나무를 찾고 이름을 부르면서, 예를 들어 소나무가 향나무를 찾으면서 “향나무여! 향나무여! 내가 지금 이렇게 고통스러우니 에너지를 좀 주십시오.” 하고 아무리 기도를 해 봤던들 그 향나무에서 소나무로 에너지가 갈 수가 없어요. 반드시 제 나무의 뿌리만이 자기 나무를 위해서 올려보낼 수 있죠. 그런데 그 나무는 잎새 하나도 따로 있는 게 아니고 전부 그 뿌리에 매달려서 살면서도 뿌리를 무시한다 이겁니다. 아니, 여러분이 그 뿌리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알쏭달쏭하게 생각하고 못 믿어서 그렇죠. ‘뿌리만이 나무 전체를 가지고 있구나.’ 하는 거를 못 믿어서요.

먼저 배웠고 나중 배웠고 이걸 떠나서, 진짜 물리가 터져서 잘 돌아갈 수 있는 그런 진실한 마음이라면, 진짜로 믿고 그렇게 한다면, 둘이 아닌 도리에서 체험을 하고 이렇게 가는 것이 바로 참선이며 바로 지름길이다 이거죠. 내가 여러분한테 항상 했던 말 되하고 했던 말 되하고 이러는 것 같지만, 여러분이 한마디 듣거나, 물 한 모금 마시고 손 한 번 튕기는 걸 가지고 깨달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지 못하니까 되풀이하게 되죠.

왜 절에서 종을 울리는 줄 아십니까? 영혼들을 전부 불러서 종소리를 들려 줌으로써 ‘이 종소리를 듣고 영혼의 귀가 뜨이고 눈이 뜨여서 이 도리의 섭류를, 이 세상만사 돌아가는 섭류를 알아라. 네가 이거를 알아야 영원한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 하는 소립니다, 그게. 그러니 이 마음의 도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예전에 부처님의 말씀을 들으려고 세 사람이 갔는데 한 사람은 ‘아이구! 그거 정말 그럴까? 에이, 그럴 수가 있어?’ 이렇게 생각했고, 다른 사람은 아예 믿질 않았답니다. 또 한 사람은 자기 뿌리를 진짜로 믿고 이렇게 생각했답니다. ‘내가 잘났든 못났든, 그 못난 뿌리만이 못난 나무를 위해서 모든 거를 100% 다 해 주겠지. 우리 부모가 잘났든 못났든 내 부모이듯이.’ 그러면서 지극하게 믿고, 부모의 제삿날인데도 차릴 게 없으니까 그저 보리죽을 쑤어서 죽 한 그릇을 부뚜막에 놓고, 물 한 그릇 떠 놓고, 향 한 개비 사르고 제사를 지내면서, ‘아버지 뿌리, 엄마 뿌리, 내 뿌리 이 세 뿌리가 따로 있는 게 아닌 한 뿌리니까 한자리를 하소서. 그러면 시장했던 모든 것이 한 떡으로 화해서 바로 양식이 되리다.’ 하고 이렇게 그 부모를 위해서 했답니다.

그랬는데 그렇게 가난하던 사람이 말입니다, 어떤 친구가 별안간에 찾아와서 마름을 주더랍니다, 일 좀 해 달라고. 그러면서 그 친구가 어디로 이사를 가는데 다 맡기고 가더랍니다. 그럭하다 보니까 아주 잘살게 됐더랍니다. 그 나중 얘기는 생략하고요. 그랬는데 그 못 믿은 사람, 부처님의 말씀을 그대로 못 믿고, 그렇게 한 거를 아예 못 믿고 그런 사람은 못 믿는 것만큼 그렇게 살더랍니다. 즉 말하자면, 나무로 친다면 잎새가 단풍이 들면 떨어지듯이, 뿌리는 영원하지만 그 잎새는 그냥 떨어지고 없어지더랍니다. 또 이러지도 저러지도 않은 사람은 가지가 돼서 추운 겨울에 발발 떨면서 봄이 오기를 기다리느라 고생이 많더랍니다.

그와 같이 우리 인간 자체가 살아나가는 데에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똑같이 중병이 들었는데도 어떤 사람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완쾌되고, 어떤 사람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완쾌가 못 돼요. 그게 누구의 탓입니까? 제삼자가 대신 밥을 먹어서 남을 진짜로 배가 부르게 해 줄 수는 없는 것! 한마음으로서 마음과 마음이 통해서 같이 거들어 주는 건 모르지만, 자기가 벗어나려면 자기가 자기 밥을 먹어야 배가 부르다는 사실입니다. 진짜로 자기 뿌리를 믿어야 한단 말입니다. 아니, 그건 떼려야 뗄 수도 없지 않습니까?

태양의 근본도 인간의 마음의 근본이라고 했습니다. 태양이, 아무리 태양이 광대무변하게 비춰 준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티끌 같은, 한 개의 촛불 같은, 그런 조그마한 한 티끌의 불씨 자체보다는 못하다는 얘깁니다. 인간의 마음은 온 누리를 태양보다도 더 깊고 무변하게 비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마음은 땅속이나 물속이나 어디 아니 미치는 데가 없다 생각합니다. 그러니 태양의 근본도 바로 인간의 마음의 근본이 아니겠습니까. 우주의 근본이 전체 한데 합쳐서 한마음의 근본에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새해에는 여러분의 참마음을 발견할 수 있도록 더욱더 정진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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