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를 해도 안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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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부처님께 열심히 정성을 들이고 마음공부를 하게 되면 아프지도 않고 나 개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가정의 문제도 다 해결이 될 줄 알았는데 아프기도 하고 집안에 분란이 생기기도 하는데요, 이게 왜 그런 것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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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여러분이 가정에서 이러니 저러니, "나는 주인공을 찾는데도 이렇게 안됩니다." "주인공을 찾았더니 잘되다가 또 안됩니다." 이러는데 그건 여러분이 한 발짝 떼어 놓는 거만 알았지 한 발짝 또 놓고 드는 것을 몰라서 그런 소릴 하는 겁니다. 우리가 한 발짝을 들었으면 한 발짝은 놓고 한 발짝 들었으면 한 발짝 놓고, 이게 정상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되는 것도 알아야, 드는 것만 알아서 되는 게 아니라 놓는 것도 알아야 들고 놓고 들고 놓고 하는 작용을 자유스럽게 할 수 있는 그런 창조력을 기를 수 있다 이 소리입니다.
그런데 또 주인공을 찾으니까 어느만큼은 되더니 또 안되더라고 합니다. 뒤로 물러서는 것도 알아야지 전진하기만 하면 빠져 죽죠? 때에 따라서는 전진하기만 하면 구덩이에 빠질 텐데 그때는 물러서야 빠져 죽지 않죠? 그러니 드는 것도 법, 들지 않는 것도 법. 그래서 안되는 것도 법, 되는 것도 법이라 한 것입니다. 왜 안되는 것도 법이라고 했느냐? 구덩이에 빠지겠으니까 빠질 일은 물러서야 한다 이 소리입니다. 물러서서 다시 굴려놓으면 빠지지 않을 데로 갈 수가 있으니까 안되는 것도 법, 되는 것도 법이라 했습니다. 이거를 지혜롭게 잘 굴릴 수 있어야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생사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모든 가정에서 몸만 아파서 아픈 게 아니라 천차만별로 아픔을 가지고 가는데 바로 그 아픔이라는 재료가 지금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공부길에 들어선 걸 뜻합니다. 그냥 맨손으로 들어설 수가 없으니까 그 재료를 가지고 들어선 겁니다. 그 재료가 아니면 이 길에 들어설 수가 없습니다. ''이만하면 살지.'' 하는 마음이면 이 길을 들어서려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이 모든 것은 공(空)했다고 했습니다. 수없이 얘길 하지만 프로펠러 돌아가는데, 그 시공을 초월해서 돌아가는 거기에 먼지 앉을 자리가 어딨습니까? 네? 먼지 앉을 새가 없습니다, 사실은. 그런데 병이 생겼다고 합니다. 병이 났다 하고, 여러 가지 아픔이 생겼다 합니다. 내가 이런 걸 당했다, 내가 가졌다, 내가 병났다, 모두가 ''내가''입니다, 내가! 내가 공했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뜻을 아시겠습니까? 고정됨이 없이 돌아간다고 했죠. 그걸 짐작하시죠? 고정됨이 없이 보고 듣고 행하고 말하고 만나고 먹고, 고정됨이 없이 말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한시 반시도 그냥 고정되게 있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변하고 부서지고 모든 게 돌아갑니다. 그런데 거기 먼지 앉을 자리가 어딨겠느냐 이겁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여기 가져오는 그 재료를 보면 모두 내가, 내가, 내가, 내가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내가가 아니라 전체 포함해서 돌아가는 길에 그런 것이 마음에 따라서 부딪치게 되고, 그 인연에 따라서 업식이 돼서 나한테 자꾸 연관이 되는 거니까 또 부딪치게 됩니다. 그러나 그걸 말입니다, 내 몸속에 들어서 자꾸 용도에 따라서 나오는 것을 말입니다, 업식이라고 하고 업보라고 하고 유전이라고 하고 영계성이라고 하고 이런 거를 다 ''아픔이 아니다. 내가 인간으로 태어나서 이 모습을 가지고 공부할 수 있는 길을 인도하기 위해서 나한테 공부할 수 있는 재료로 생긴 거다. 업보가 붙어서 그런 게 아니고 병고가 붙어서 그런 게 아니고, 공부할 수 있는 재료를 나한테 이렇게 감사하게도 준 것이다. 이끌어 주는 재료가 주어진 거다.'' 하고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이 재료를 가지고 내 마음의 주인한테다 맡겨 놓고 관찰하면서 실험하면서, 지켜보고 체험하면서 돌아가는 것이 바로 참선입니다.
그냥 틀고 앉아서 ''이게 뭣고?''라든가, 의정을 강제로 내 가지고 한다든가 이런다면 그것은 참선이 못 됩니다. 하나하나 지켜보고 체험하고 돌아가는 것이, 그것이 일체 만법의 근원이며 그 근본을 해탈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니 말로만 그냥 ''나는 주인공을 찾았는데도 이렇습니다.'' 하지 말고, 찾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겁니다. 본래 있는 거니까. 본래 없는 것을 찾는 것이라야 이게 문제가 되지만 여러분이 본래 가지고 있는 거를 발견하는 겁니다. 즉, 암흑 속에서 밝음이 불끈 솟아서 불이 일어나면 모두가 밝게 살듯이 말입니다. 그러니 되든 안되든 물러서지 마시고 진짜로 주인공을 믿고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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