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습할 때 어떤 마음으로 임해야 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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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저는 14년간 연화 불교상조 일을 해 오던 중 2010년 1월부터 불교 TV 방송에서 운영하고 있는 불국토상조 충북 청주지점을 맡게 되어 불자님들에게 장례 일체의 편익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주 업무 내용은 돌아가신 영가님들의 시신을 깨끗하게 목욕시켜 드리는 일인데, 시신을 대하거나 염습을 할 때 어떤 마음으로 임해야 가시는 영가님과 유족들에게 이익이 될는지요? 저는 이 일이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 생각되어 나름대로 지극하게 마음을 내면서 한다고 하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듭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네. 물론 중요한 일입니다. 어떤 분들은 우리가 인간으로 와서 한 철 살다가 죽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사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모르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지금 찰나에 살고 있습니다. 한 철이라 하였습니다마는 저 들에 있는 나무는 봄이 오면 잎이 돋아나고 꽃이 피고, 여름이면 열매를 맺고, 가을이 오면 잎이 떨어지고, 겨울이 오면 앙상한 가지만 남게 됩니다. 그러나 그 잎이 모두 떨어졌다고 해서 그 나무뿌리가 아주 죽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나무에 있어서 잎이 떨어지는 것은 바로 인간에게 있어서 몸이 떨어지는 거와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 인간들도, 나무의 잎이 떨어졌다고 해서 그 나무의 뿌리가 죽는 것이 아니듯이, 우리가 몸을 벗는다고 해서 결코 다시 나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그러므로 ''생사가 둘이 아닌 것이니라. 본래 난 것이 없기 때문에 본래 죽을 것도 없느니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죽으면 그 의식이 살아 있을 때의 의식 수준에 머물러 있게 되니, 자기가 살면서 온갖 탐진치에 의식들이 다 물들어 있다면 미혹한 곳을 찾아 헤매게 될 것이고, 자기의 의식이 밝고 자유로워 모든 것이 공한 줄을 안다면 더 차원을 높여 나오게 되겠죠. 그러니 살아 있을 때 자기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을 하며 살았는가 하는 것이 여간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이 세상 이치가 복잡하고 다단하다 할지라도 한 순간의 꿈입니다. 한 순간의 꿈에서 벗어나면 세세생생에 끝간데 없이 그냥 그대로 불바퀴 속에서도 벗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니 중생의 삶에서, 윤회의 굴림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항상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런데 모든 것이 자기에게 다 갖추어져 있는데 왜 그렇게 아무것도 모른 채 컴컴하게 살아야 합니까?
그래서 일체의 모든 것, 즉 이 우주 천지의 모든 것들이 나온 근본이, 바로 모든 사람의 마음에도 직결되어 있음을 알고, 그 직결되어 있는 마음의 근본, 즉 주인공을 믿고 거기에다 모든 것을 되맡겨 놓아야 합니다. 나온 그 자리에다가 다시 믿고 진실히 맡겨 놓을 때, 맡겨 놓는 동시에 그것이 연결이 돼서 간절한 그 한생각으로 인해서 돌아가신 영가님과 그 가족들에게도 그 마음이 전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의 근본 부처 자리는 오고 감도 없고 나고 죽음도 본래 없는 공한 자리이기에 그 어떤 것도 본래 집착할 바가 없음을 깨달아 일체 부처님 자리에 밝게 한자리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주인공! 오늘 00 영가님이 일체 부처님 자리에 한자리 하게 하는 것도 주인공, 당신밖에 없습니다.'' 하고 바로 우리의 근본 부처 자리, 즉 주인공에다 맡겨 놓으면 그대로입니다. 그렇게 주인공에다 관하고 진실하게 그렇게 한다면 모두가 통합니다.
부족한 내 한 생각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유생 무생을 둘로 보지 않는 자비스런 그 한 생각 한 생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모릅니다. 그렇게 다가오는 모든 것을 일체와 직결된 내 안에 모두 놓아나간다면 전부 재생이 되어 나옵니다. 그러니 오직 내 안의 통신처를 믿고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항상 염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러다 보면 생활하는 속에서 다가오는 인연들을 자비롭게 생각하는 그 마음이 아름답고 소중한 결실로 피어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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