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시주를 해야 정성이 되는지요 >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는
큰스님 법문 중에서 발췌하여 답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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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시주를 해야 정성이 되는지요

본문

질문

보통은 절에 가보면 부처님 전에 많은 공양물을 올리고 시주를 하면서 바라는 게 이루어지기를 소원하는 걸 볼 수 있는데요, 꼭 그렇게 시주를 해야 정성이 되는 건지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예전에 이런 말이 있었죠. 양 무제가 스님네들 옷을 많이 하고 집도 사고 그렇게 많은 일들을 했어요, 왕이. 그런데 달마 대사한테 “저는 얼마나 공덕이 되겠습니까?” 하니까 “너는 공덕이 하나도 없다.”고 그랬습니다.  그러니까 약사발을 내린 거죠, 왕의 권리로. 그런데 달마 대사는 죽어서도 그 양 무제를 가르치기 위해서 아, 무덤 속에 묻혔는데 거기 신발 한 짝만 남겨 놓고서는 턱하니 주장자에다 신발 한 짝을 꿰어 가지고 나왔는데, 즉 말하자면 저 왕이 보내는 그 사신이 돌아가는 길에 대사하고 만났단 말입니다. 아, 만나니깐 인사를 깍듯이 하고서 “어디로 가십니까?” 하니까 “난 서쪽으로 간다.” 그러고 가더랍니다. 그러니깐 양 무제한테 와서 그 얘기를 하니까 아, 자기가 죽여서 벌써 묻었는데 아니, 달마 대사가 웬일이냐고…. 그래서 산소를 파 보니까 거기에 신발 한 짝만 남아 있더랍니다. 그래서 이렇게 양 무제가 생각했대요. ‘저승에도 달마 대사가 있고 이승에도 달마 대사가 있구나. 달마 대사가 이렇게 둘이 아닌데 나를 가르치느라고 그런 걸 내가 미처 몰랐구나.’ 하고선 땅바닥을 두드렸대요.

그랬듯이 천만 가지를 갖다가 저 법당에다 올려놓고 빌어 보십시오, 대가가 오나. 여러분 위안은 될 수 있어요. 왜? ‘내가 이렇게 아무개를 위해서 이렇게 정성을 들였으니까 좋은 일이 오겠지.’ 하는 위안. 그러나 그게 아닙니다. 즉 말하자면 마음으로써 내가 잘되기를 바라기 이전에, 누구든지 못사는 사람 보면, 내가 좀 여유가 있으면 갖다 주세요. 가다가 밥 굶는 사람이 있으면 쌀도 사 주고.
 
그러니까 우리가 그것을 하는 게 잘못이라는 게 아닙니다. 언제나 시주를 하고, 있으면 같이 나누어 먹고 그렇게 해야죠. 그러나 내가 가게 갈 때 말입니다, 물건을 사러 갔기 때문에 돈을 그 사람 줬다고 생각 안 하고 갖다가 주거든요. 그냥 그렇게 하세요, 그냥. 아니, 돈 갖다 주면 그냥 갖다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무주상으로 그냥 하시란 말입니다. 그러면 올 게 옵니다, 그 대가가. 그게 공덕이거든요. 그런데 내가 꼭 물건을 갖다 주고는 그 값어치를 받아 가지고 가려고 그냥 만날 저 사람 내가 줬다는 거예요. 내가 줬다는 겁니다. 그러니 아니, 그것 줬다고 그러니 공덕이 있을 법이 있습니까?

공덕이라는 게 뭐냐 하면, 예를 들자면 내가 아파도 이 체내 안에서 한마음이 돼 주는 게 이치고, 바깥에서도 한마음이 돼서 그냥 전부 한마음으로 들게 되자 그 아픈 사람은 아픈 사람도 따로 없기 때문에, 이 몸이 공해서 찰나찰나 돌아가기 때문에, 비행기 프로펠러 돌아가듯 먼지 앉을 자리도 없기 때문에 병 붙을 자리가 없다 이거지요. 그러니까 병이 붙을 자리가 없기 때문에 한마음으로 돌아가다 보면 그냥 병도 나아 버립니다. 그렇듯이 우리가 그렇게 바라고 하는 거보다도 우리는 항상, 나는 그래요. 우스갯소리도 되지마는 진짜도 그래요. “그 병 낫게 해 주면 날 뭘 줄 거야?” 그러죠. 그러면 “공부를 잘하겠습니다.” 이런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고마운데 제가 뭐는 못 드리겠습니까? 제가 짊어지고 가겠습니까? 제 몸도 버릴 텐데.” 아, 이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저 달라 하시는 대로 드리죠.” 이럽니다. 내가 도둑입니까, 달라는 대로 드리게?

그러니까 여러분이 수억만 냥을 갖다가 시주를 한다 하더라도 이 도리를 모른다면 공덕이 될 것이 하나도 없고, 단돈 천 원이라도 그 도리를 알고 한다면 바로 그것이 공덕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여러분이 참 공부를 하셔서 여러분의 가정에 좀더 화목과 또는 평화와 사랑, 그리고 가환이 없이, 병고가 없이 재미나게, 여러분이 한생각에 이루도록 할 수 있는 그런 계기를 만들어 가시는 것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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