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한다면 당연히 착이 생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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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우리가 사랑을 한다면 당연히 착이 생기게 마련이 아닌지요. 그런데 스님께서는 착을 다 떼라 하시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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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왜 집착을 두지 말라고 하는 줄 아십니까. 우리가 항상 자식을 낳았다 하더라도 그 자식에 착을 두지 마라, 또는 형제에 착을 두지 마라, 부부에 착을 두지 마라 하는 것은 이미 본래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 사랑하기에 진짜 사랑을 알라고 하는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진짜로 사랑한다는데 물질을 보고 사랑을 하게끔 돼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사랑은 때에 따라서 가정에서 벌이를 못해 온다거나 또 부인이라면 아파서 드러누웠다거나 어떠한 문제가 일어서 아주 발에 턱턱 채일 정도가 된다면 점차적으로 불쌍하고 안됐다는 생각은 그지없지만 나중에 결국에 가서는 ‘어서, 그저 고생하지 말고 죽었으면….’ 이 생각이 드는 겁니다.
정말로 벌이를 못하고 내내 몇 년간 놀아 보십시오. ‘저거는 아이구, 그냥….’ 이렇게 점차적으로 그 애정이라든가 이런 건 다 떨어지게 돼 있습니다. 이 문제들이 진짜 사랑을 할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진짜 사랑이라는 것은 너무도, 눈물이 아니라 피가 흐르는 겁니다. 진짜 사랑이 뭔 줄 아십니까. 그래서 자비라고 했습니다. 그렇듯이 진짜 사랑을 알려면은 내가 같이 들어갈 수 있어야 된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한 번 죽기 어려워라 했더니 두 번 죽기 어렵다 하는 것이 같이 들기 어렵다는 얘깁니다. 상대를 두고 나를 두고 항상 이렇게 되니까.
물론 물질로써 상대는 상대대로 있지요. 하지만 그 상대와 더불어 일부러 둘이 아니라고 생각 낼 필요는 없어요. 그러나 어떠한 문제가 생겼을 때, 나하고 인연이 돼서 아는 사람이나 친척간이나 자식지간이나 부모자식, 이게 사랑하기 때문에 같이 돌아가는 거죠. 같이 돌아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물질을 가지고, 같이 돌아가는 거는 생각지도 못하고 물질을 가지고서 거기에 연연해서 사랑한다느니 또는 거기에서 연연해서 잊지 못하고 ‘너는 이렇게 이렇게 돼야 할 텐데….’ 아니, 그쪽 사람은 생각지도 않고 나는 나대로 생각하고 그쪽은 그쪽대로 생각하고 가는 겁니다. 그러니 쌍방이 다 다른 길로 가는 거죠. 문제가 얼마나 큰지 모릅니다.
어떤 사람은 이런 사람도 있죠. “야! 형제가 단 둘인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느냐?” 이러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너무 사랑하는 까닭에 그 물질의 착을 뛰어넘게 하기 위해서 냉정하게, 어떠한 부처는 그렇게 얘길 했답니다. “언제 형제가 있었던가. 너의 형제는 벌써 이미 죽었고 너의 형제는 없느니라.” 하고요. 그런데 그걸 한번 뒤집어 생각하면 그건 너무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형제뿐만이 아닙니다. 왜 그렇게 되느냐. 참 내가 억겁 소릴 잘 하지마는 그 모습을 바꿔서 바꿔서 이날까지 점차 바꿔 나왔습니다. 바꿔 나오는 동안에 난 이걸 생각했습니다. 이 집에서 저 집으로 모습을 바꿔서 갖다 놓으면은 그 집 식군 줄 알고, 이 집에서 저 집으로 가면은 저 집 식군 줄 안다 이겁니다. 전자에 살던 인연은 아예 까맣게 없는 겁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고 내가 아는 바로 봐서는 그렇게 뒤섞이다 보니까 내 형제가 아닌 것이 없고, 내 부모가 아닌 것이 없고, 내 자식이 아닌 것이 없고, 전체 이것은 내 남편 내 부인 아닌 것이 없어요. 이렇게 사랑이 깊고 깊은 줄은 정말 미처 몰랐다는 생각이 예전에 덜컥 들었었습니다. 그래서 막 울었습니다.
그런데 어찌 가짜 사랑만 알고 진짜 사랑은 몰라서 되겠습니까. 그래서 여러분한테 항상 얘기하는 것은 진짜 사랑하기 때문에, 그 물건 아닌 진짜는 바로 한마음 한 줄에 꿰여 있는데 왜 바깥의 모습에다, 물질에다 착을 두느냐 이겁니다. 물질을 보고 착을 둔다면 절대로 그것은 같이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둘이 되기 때문에. 이해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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