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 가서 법문도 열심히 듣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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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불법을 공부하고자 절에 왔다 갔다 하면서 법문도 열심히 듣는데도 실제적으로는 체험도 한 번 못해 보고 있는 게 너무 속상합니다. 공부는 열심히 하고 싶은데 뭐가 문제가 있는 것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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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여러분이 수차적으로 그렇게 다니시면서 공부하시려고 애를 쓰시는데 듣기만 하고 겉으로 사량적으로 감응만 돼서 다녀서도 아니 됩니다. 우리가 듣고만 그대로 다니면서 그것을 이루지 못한다면 보람이 없잖아요. 왔다 갔다 왔다 갔다만 하면 뭘 합니까. 여러분도 사회에서 살면서 일한답시고 왔다 갔다 왔다 갔다 하다가 차비만 버리고 다 버리고선 그냥, 돈도 벌지 못하고 그냥 허탕 친다면 이게 사는 겁니까. 이게 사람이 하는 일이냐고요. 그와 똑같은 일입니다. 우리가 듣는 것도 항상 새겨서 굴려 놓고, 감사하게 놓고, 물러서지 않는 믿음을 진실하게 가지고, 모든 하나하나 움죽거리는 것이 다 나와 더불어 상대와 나와 둘이 아니게 항상 그렇게, 주인공에서 모든 일체를 한다는 걸 아셔야 됩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그렇게 다니면서 얘기만 듣고 ‘아, 그러려니.’ 하고 내가 부딪쳐 보지 않고 내가 아파 보지 않고는 모릅니다. 그거 느끼지 못해요. 남이 저렇게 아프다 하면은 ‘아, 그거 그렇게 아프려니.’ 이렇게 하지, 자기가 경험해 보는 것만은 못하죠. 그러니까 자기가 경험을 하고 체험을 해야 되지 않겠느냐 이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프라고 그러는 게 아닙니다. 실감을 해야지, 자기가. 사람이 살다 보면 아프기도 하고 가정에 또 혼란도 오기도 하고, 가난도 들기도 하고 우환도 들기도 하고, 병도 들기도 하고 파산이 될 수도 있고, 이건 일도 되는 노릇이 없이 안되기도 하고, 여러 가지예요. 가지각색으로 지금 사람이 고를 받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모든 것이 오는 것을 내가 항상 주처에다 맡겨 놔라 이겁니다. 모든 것은 자기 청수에서 하는 것이지, 청수에서 대뇌를 속달로 오관을 통해서 모든 거 하는 거지, 나는 물건이에요, 물건. 청수에서 이것을 쓰기 위해서 물건이 나온 거예요. 이 물건은 부서지기도 하고 망가지기도 하고 그러지만, 청수라는 그 자체의 불성은 절대로 망가지지 않습니다. 본래 죽지 않길 때문에 산다 죽는다는 언어가 붙질 않아요. 그걸 불성이라고 그럽니다. 자성이라고 그러고.
그런데 자성과 불성과 둘이냐.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서 나와 저 지구와 둘인가요? 둘이 아니죠? 지구 속에 더불어 같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내 집도 집이요, 지구도 집이라 이거야. 그렇다면 모든 걸 감사하게 놓고 믿어야 됩니다. 첫째 믿고, 두 번째 믿었으면 거기다가 맡겨라. 맡겨 놔라. 좋은 일이 생기면 감사하게 놔라. 안된 일이 생기면 바로 안되는 것도 거기서 하는 일이니까 거기에다가 맡겨 놔라. 그리고 또 믿었으면 물러서지 말아라. 의정이 나면 의정이 나는 대로 거기다 놔라. 놓고 또 의정이 나면 또 놔라. 의정이 났을 때 또 딴 의정이 생기걸랑 먼저 쥐었던 거는 놔라. 모든 걸 놓고 돌아간다. 모든 걸 놓고 돌아갈 때 보림이 돼서 완전히 내가 탄생이 됐을 때는, 그때는 놓고 또 쥐고 그런 게 없어요. 체험만 하고 돌아가면서 또 보림을 하는 거죠.
처음에 놓는 보림을 하면은 몽땅 차츰차츰 다 놔지고 다시 또 보림을 할 때는 체험하고 보림을 하는 겁니다. 이렇게 해서 모든 것을 다 둘이 아니게끔, 두 자리가 아니게끔, 두 말이 아니게끔, 두 생명이 아니게끔, 두 체가 아니게끔 이렇게, 두 아픔이 아니게끔. 슬프고 아주 기쁘고 이런 것이 둘이 아니게끔. 이런 것을 한데 합친 한 방울의 물처럼, 한 방울의 피처럼 이렇게 만들어서, 천차만별로 하고많은 게 이 물이라면, 그 피라면 바로 그것이 둘이 아닌 거예요.
그러니까 그렇게 듣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우리가 들었으면 한번 새겨서 이 머리로써 이해가 됐으면 딱 청수로 놔 버려야 합니다. 주인공에다 놔 버리세요. 그것도 믿음직하게 믿으니까 놓는 거여야지 믿지도 않고 그냥 ‘에이, 될 대로 돼라.’ 그러고 놓는 게 아닙니다. 믿음으로써 놓는 거라야 합니다. 여러분이 그렇게 공부를 해서 앞으로 좀더 발랄해진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니 괜히 차비만 들이고 왔다 갔다 왔다 갔다 하지 말라 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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