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관념의 틀을 깨고 싶습니다
본문
질문
일체가 고정됨이 없다는 걸 이론적으로 알면서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어떤 때는 주인공이라는 것도 관념화가 돼 버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관념의 틀을 깰 수 있도록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만약에 박카스 병을 본다 하더라도 박카스 병이라고 관념을 두지 않으면 될 것입니다. 신호등 불빛을 갖다가 저게 그냥 빨갛다 파랗다 이렇게 볼 뿐이고 그렇지, 파랗다 빨갛다 이런 관념을 두지 마시라 이겁니다.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물질적인 문제라는 거는 항상 변질되고 부서지고 만날 없어지는 거지 어디 그게 항상 있는 겁니까, 그게? 그러니까 ‘있다가 없다가, 없는 것도 아니요 있는 것도 아니요, 그대로 그냥 여여하다.’ 이 소리가 아주 그대로 그냥 묘법이지요.
그런데 이 관념을 부숴 버리질 못합니다, 모두. 그냥 닥치면 닥치는 대로 거기에 그냥 딱 뭉쳐 버리고 딱 뭉쳐 버리고, 딱 걸리고 그러는 거예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허공같이 쓰질 못하고. 아, 자꾸자꾸 돌아가면서 허공같이 돌아가는데 글쎄 왜 거기다가 자꾸 걸립니까. 그게 바로 고정관념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옛날 선지식들도 그런 말을 했잖습니까. “뜬구름과 같으니라.” 모든 걸 그렇게, “허망한 거지만 허망한 게 아니니라. 허망한 게 아니면서도 허망한 거니라. 그러니 뻘건 거 흰 거, 무슨 푸른 거 이런 거를 고정관념으로 두지 말고 그냥 허공과 같이 봐라.” 이 소리가 바로 그 소리에요. 그런데 그걸 납득을 못하면 “왜 이건 박카스 병인데 컵이라고 합니까? 우리가 박카스 병이라고 그래서 박카스인 줄 알지 이 컵이라 그러면 박카스를 압니까?” 이러거든요. 그러나 이 박카스 병은 우리가 볼 때 박카스 병이고 컵이지만, 내가 볼 때는 박카스 병도 아니고 컵도 아니다 이겁니다.
이게 나툼이기 때문에 허공과 같고, 마음의 허공이다. 나툼이기 때문에 바로 ‘무(無)’라고 한 거다. 이렇게 가르치는데도 그것을 납득을 못하고 자꾸 이 허공에 걸리고, 여기에 걸리고 저기에 걸린단 말입니다. 이 주인공이라는 것도 어느 달까진 이게 관념 속에서 요렇게 뭉쳐 놓고 전부 여기다 내버렸으면 이것까지도 내버릴 줄 알아야 될 거 아닙니까. 그냥 마음이 허공이기 때문이죠. 나툼이고. 마음이 나툼이고 허공이고. 아, 생명의 실상은 원소 자첸데 원소 자체의 문제가 그냥 거기에서 능력으로서 흐르기만 하고 돌아가는데 그걸 어떤 거를 집어서 말을 하겠느냐. 그러니까 허공과 같다고 하고 나툼이라고 하고 이렇게 말을 할 수 밖에는 없잖습니까.
나툼이기 때문에 허공과 같다. 나툼이기 때문에 고정된 관념으로써 ‘이건 박카스 병이지.’ 요렇게 관념을 두지 마라 이겁니다. 박카스 병이면 박카스 병이고, 이것도 지나가면 고만이에요. 지나가면 고만이지 이거를 또 그냥 죽도록 생각할 게 없다 이 소립니다. 우리 살아나가는 게 오늘 생각은 안 하고 어저께 생각만 그냥 죽도록 생각할 겁니까. 그러니깐 사람이라는 게 이 고를 면치 못한다는 것도 있지마는 육도윤회에 걸려서, 항상 걸려서 돌아간다 이겁니다.
그런데 대인은 어저께 어떠한 문제가 생겼어도 그거를 걱정 안 합니다. 왜? 자기가 자기대로 일단 그렇게 했으면 그냥 내버릴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거는 살아 있는 생명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돌아옵니다. 그러나 내가 그걸 버리질 못하고 꼭 쥐고 있으면 그 관념 속에서 그건 그냥, 이렇게 좀 지혜 있게 탁 넓혀서 다시 돌아오게끔 되지도 못할 뿐 아니라 내 마음이 그렇기 때문에 그것조차도 그렇다 이겁니다. 그러니까 바둥바둥하던 것도 놔 버려라. 놓으면 살아요. 탁 놔 버려야 된다 이겁니다. 놔 버리는 힘이, 그것이 허공과 같은 뿌리 없는 기둥이 그게 빙글빙글 빙글빙글 돌아가는데 그놈의 걸 그냥 탁 내 버리면 그 어마어마한 그 허공의 기둥이 그냥 그냥 돌아가고 빛이 그냥 활활 비치는데 아, 이놈의 거는 그냥 꽉 붙잡고 있으니 이게 어디까지나 마음의 고정된 관념 속에서 헤어나질 못하는 거 아닙니까.
사실 지금 배우는 사람들은 고정된다고는 생각 안 합니다. 그러면서도 그 습이 어느 땐가 자기도 모르게 이게 고정된 관념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더라 이겁니다. 그러니까 이건 실천이 문제다 이겁니다. 이해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실천이 문제다 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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