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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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우리가 불자라면 정성스럽게 기도를 하는 것이 아주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만 선원에서 기도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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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기도' 하면 벌써 상대를 두고 기도를 하게 되거든요. '부처님!' 하면 벌써 상대를 두고 하기 때문에 내가 그 소리를 아예 안 하지 않습니까? 내가 부처님을 안 믿어서, 아주 나만 생각하고 부처님은 안 믿어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여러분을 위해서 전자서부터 그게 누적이 돼 내려 왔고, 습이 돼서 내려왔기 때문에 그 이름을 벌써 불렀다, '지장보살!' 그러면 벌써 이렇게 올려놓곤 부르고, '관세음보살!' 하면 이렇게 벌써 둘로 놓고 보고 아, 이러니 왜 그 노릇을 합니까? 얼른 그저 길을 같이 가고 싶어서 '아이고, 부처님!' 하면은 그냥 둘이 돼요. 그러니까 "내 주인공을 믿어!" 이렇게 한 겁니다. 그러니 그 내 주인공 속에는 역대 다 일체의 부처님이 들어 계시고 중생들이 다 같이 들어 있는 겁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고걸 생각하시고 진짜 믿고 놓으십시오. 그냥 놓고 가는 거니까요.
어떤 사람이 “부처님이 어디 있습니까?” 하고 물으니까 "이리 오너라." 하고 부르고는 척 내려가시더니 하는 소리가 멱살을 탁 잡고 "요놈아!" 그러면서 주장자로 어떻게나 몹시 갈겨 댔는지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하니까 "요놈, 아이고 아이고 하는 놈은 누구냐, 요놈!" 아, 이러거든요. 그거를 가만히 생각해 보신다면 우리가 열심히 지극하게 믿는 거. 첫째 놓고, 둘째 아주 믿는 거. 그 믿기 때문에 놓는 거거든요. 첫째 믿지 못하면 놓질 못하는 겁니다. 왜 자기를 믿지 못합니까, 글쎄? 아니, 남의 이름은 믿으라면 잘 믿는데 왜 자기는 못 믿어요? 못났든 잘났든 자기밖에 더 있나요? 누가 대신 죽어 주나, 대신 누가 아파 주나, 대신 자 주나, 먹어 주나, 똥 싸 주나? 아, 이거 큰일이란 말입니다. 자기를 믿으세요. 못났든 잘났든 자기밖에 자기를 끌고 다니는 건 없거든요. 그러니 믿고 그저 놔요. 거기서밖엔 끌고 다닐 수 없다는 거.
생활 속에서 어떠한 괴로운 게 닥치겠죠. '아이, 이것도 거기서밖엔 해결 못하겠지.' 하고 탁 놔 버리세요. 그저 놓는 일밖에는 없어요. 그러고 돌아오는 일을 지켜봐라 이겁니다. 돌아오는 일을 지켜보면 거기서 체험도 얻을 수 있고, 실험도 할 수 있고 그런 거죠. 그래서 자기를 발견하는 겁니다. 그럼으로써 물리가 터지고 지혜를 얻는 거지 어떡합니까,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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