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각마다 부처님이 계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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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저는 산을 좋아해서 한 달에 두세 번은 꼭 산엘 갑니다. 그런데 산에 가면 절이 있어서 참배를 드리게 되는데, 대웅전에도 여러 부처님이 모셔져 있지만 전각마다 부처님과 보살님들이 모셔져 있습니다. 스님, 모든 부처님과 전각에 다 참배를 해야 하는지요? 왠지 빠트리게 되면 께름칙한 기분이 들어서 여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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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각 사찰에 이 모든 부처님을 모셔 놨든 신중당을 모셔 놨든, 하다못해 돌을 모셔 놨든 상관할 것 없어요. 모두가 내가 생각하는 대로, 이건 부처다 부처가 아니다 하는 대로 가는 거니까요. 알고 보면 이 세상의 모든 물질이, 만물만생이 다 내 스승 아님이 없고 감사하지 않음이 없는 겁니다. 그런데 낮으면 낮은 대로 높으면 높은 대로 이렇게 각자 찾으렵니까? 부처님이 어떻게 말씀을 하셨느냐 하면은 배를 타려고 뱃사공한테 가면 뱃사공이 으뜸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뭐 물건을 하나 사려고 공장에 갔다 한다면 공장 주인이 으뜸이라고 했습니다. 얼마 전에 내가 치과에 갔더니 정말 그 치과의 박사가 으뜸입디다. 네? 그러니까 이게, 낮으면 낮은 대로 높으면 높은 대로 다 으뜸이에요.
부처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 거를, ‘벽을 치면 봇장이 울려야지!' 하는 그 말씀의 뜻을 모른다면 백문선이 헛문선이죠. 그러니 내가 부탁할 것은 어느 법당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모두 일불(一佛)의 한생각으로써, 한마음으로써 부처님한테 지극하게, 내 한마음과 일체제불의 한마음을 다 한꺼번에 해서 일배를 올린다면 천배 올린 것보다 수확이 좋다 이겁니다.
가난한 사람이 부처님한테 갔을 때에 어떻게 생각이 들겠습니까? 이 부처에도 놔야 하고 저 부처에도 놔야 하고, 요 부처에 놓지 않으면은 자식이 어떻게 될까, 요 부처에 놓지 않으면 영감이 어떻게 되지 않을까? 또 재수가 좋지 않으면 어쩌나? 또 삼재가 들었으니 언짢으면 어쩌나? 이러한 까닭에 없는 살림에 몇 푼 가지고 가서 요기도 놓고 저기도 놓고 놓으려니 어떤 땐 모자라서 그냥 나오면 마음이 께름칙하다 이겁니다.
모두 여러분의 마음입니다. 한 부처님 앞에 그냥 고스란히 놓고 지극하고 정성스럽게 모두 거기 계신 분들을 한마음으로 모시면서 지극하게 하시고요, 없으면 지극하게 나오시고요. 또 있으면은 있는 대로 그 절에 다 놓더라도 한마음으로써 놓으시고, 또 웬만하면 그 절의 주지스님을 찾아서 주지스님한테 “모두를 다 써 주십시오." 하고 이렇게 갖다 놓는 겁니다. 왜냐. 그것은 거기 갖다 놓는 거나 산 부처님한테 갖다 놓는 거나 마찬가집니다. 여러분 마음먹기에 달린 겁니다.
상점에 물건을 사러 갔는데 백만 원짜리를 사러 갔다면 백만 원을 꼭 줘야 삽니다. 오십 원짜리 사러 갔으면 오십 원짜리는 꼭 오십 원짜리를 줘야 합니다. 오십 원을 주면은 오십 원짜리밖에 안 줍니다. 그러니 그것은 돈을 스님한테 준 사이도 없고 부처님한테 갖다 놓은 사이도 없는 겁니다. 또 가져간 사이도 없죠. 부처님이 준 사이도 없고 스님네들이 준 사이도 없죠. 그래서 준 사이도 없고 가져간 사이도 없는 겁니다. 그렇게 정확합니다. 이 뜻을 잘 알아서 행하시도록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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