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밝히는 칠석, 은혜를 갚는 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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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저는 지금까지 불법에 인연이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절에 다닐 생각을 못 하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출근 할 때 선원 앞을 지나다가 선원 벽에 걸려 있는 현수막에 “마음을 밝히는 칠석, 은혜를 갚는 백중”이라고 쓰인 문구를 보고 의문이 생겨 질문을 드립니다. 그것을 보면서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전통 풍습인 칠석이나 백중이 그토록 큰 의미가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번 참석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하는지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칠성이라는 거는 내 몸과 더불어 같이 누구나가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칠성 부처님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산 사람들을 위한 거죠. 산 사람들을 위해서 하는 동시에 미래로 자꾸자꾸 가는 겁니다. 그러니 우리가 과거, 현재, 미래를 둘로 보지 않는다면 칠석과 백중은 둘이 아닙니다.
그리고 백중은…, 우리가 죽으면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거니와 바뀌어서 짐승이 사람도 되고 사람이 짐승이 되기도 하는데, 우리가 생시에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서 칼산지옥, 화탕지옥, 또 오무간지옥, 독사지옥 등 이러한 이름들이 허다하게 많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지옥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독사로 태어났다면 그게 독사지옥입니다. 허물을 입었으면 다시는 벗기가 힘들다 이겁니다. 그 독사의 모습을 벗기가 힘들어서 사람 되기가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화탕지옥이다 하는 것도 우리가 또 얼마 안 있어서 끓는 물로 들어가고, 불 속으로 들어가고, 수십 번 그냥 돌아가면서 들어가는데 그것이 어찌 화탕지옥이 아니겠습니까? 또 때로는 칼로 그냥 산 놈을 탁탁탁 쳐서 모두 먹죠? 그런 거를 볼 때 그게 어찌 칼산지옥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모두 칼산지옥이나 화탕지옥이 따로 있어서가 아니라 냉정하게 현실의 삶 그대로입니다. 현실 그대로 우리가 보고 있습니다. 지옥도 하나하나, 화탕지옥이니 독사지옥이니 모두 보고 있습니다. 보면서 하고 있고 그럽니다.
나는 지금 현실을 얘기하는 겁니다. 무슨 옛날 얘기 하는 게 아니고 미래 얘기 하는 것도 아니고, 그대로 현실 얘기입니다. 우리가 죽으면 이렇게 이렇게 되고, 또 사는 동안에도 이렇게 이렇게 해야 하고, 이렇게 이렇게 산다. 우리가 사는 동안에 이렇게 살면 다음 세상에 나올 때도 또 이렇게 살게 되니까 그거는 뭐, 독 안에 들어도 면치 못하는 거죠. 그러니까 마음공부를 열심히 해서 독 안에서 벗어나라 이 소립니다. 내 몸 통이 독이니까요. 내 몸 통이 독 안과 같아요. 통과 같아요. 이 몸 통 안에서 벗어나야 지구에서도 벗어나고, 지구에서 벗어나야 우주 세상에서도 벗어나고, 우주 세상에서 벗어나야 자유인인 것입니다.
그러니 왜 백중을 지내는지 아시겠죠? 예를 들어서 부모가 닭으로 화해서 이 세상 지옥고에 떨어졌다, 물고기로 태어나고 또 소로 태어나고 뭐, 독사로 태어나고 가지각색으로 태어나는 그런 틈에 끼었다 이런다면, 여러분이 천도재를 지극히 해서 그 몸을 벗게 해 주는 것이 바로 백중입니다.
예를 들어서 지금 나라에서 무슨 일이 있으면 그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감옥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 나오죠? 그런 때 더러더러 나오죠. 그런 경우와 같이 백중 때는 남한테 모함 받아서 들어왔던 사람, 지극하게 다시 마음을 다잡은 사람,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백중 날 다 내보내는 겁니다. 어떤 사람은 천도재를 세 번, 네 번 지내도 그거를 감당할 수 없으리만큼 된 집도 있습니다. 그런 집들은 자꾸자꾸, 그저 되는 대로 해야죠.
그렇다고 빚지고 하라는 건 아닙니다. 그저 내가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으면 자연적으로 좀 나아지게 됩니다. 나아지면서 마음먹은 대로 다 하게 되죠. 그러니까 그렇게 해 나가신다면 조상님들이 다시 모습이 변화돼서 인간으로 될 때에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리고 또 변화가 돼도 또다시 그러한 문제를 짊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여러분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합니다. 요다음에 또 그와 같은 문제들을 끌고 가야 하니까요.
하여튼 이게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살아가는 게 말입니다. 그냥 죽으면 고만이지 그러지만 그게 아니죠. 내가 콩씨 얘기도 가끔 하고 무씨 얘기도 가끔 합니다. 무 싹이 말입니다, 싹이 없어지면 그만이지 이러지마는 그 종자가 있어서 심으면 또 나오거든요. 그러니 ‘그만’이라는 말이 어디 있습니까? 영원토록 돌아가야죠. 그러나 마음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콩씨가 팥씨가 될 수도 있고, 팥씨가 콩씨가 될 수도 있고, 또 아주 상승의 사람 종자가 될 수도 있고, 또 그냥 하(下)의 종자가 될 수도 있죠. 이런 자유자재권은 바로 여러분의 마음먹기에 달린 거죠.
그러니까 칠석이든 백중이든 그 의미를 가벼이 생각하지 마시고 정성을 기울이면서 열심히 노력하셔서 성취하십시오. 또 백중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는 그대로가 백중입니다. 우리 자체가 그대로 무심(無心)세계, 유심(有心)세계 둘이 아니게 지금 돌아가고 있습니다. 무심세계 유심세계가 둘 아니게, 정신과 물질인 몸이 둘이 아니게 돌아가고 있으니 항상 하얀 백중이죠. 여러분이 다 그렇게만 하실 수 있다면 현실, 과거, 미래가 따로 없습니다. 그러니 항상 영원하게 자유자재권을 가지고 살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생기도록 노력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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