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를 모시고 있는데 >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는
큰스님 법문 중에서 발췌하여 답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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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를 모시고 있는데

본문

질문

스님, 제가 얼마 전에 고모님 댁에 갔습니다. 처음으로 찾아뵙는 건데 집이 굉장히 초라하고 그랬는데 집 안 귀퉁이에 조그만 단지가 있었습니다. 옆에 쌀도 있고요. 그래서 저게 뭔가 싶어서 고모님한테 여쭈었더니 돌아가신 시어머님을 갖다가 모시고 있다고 그러시더라고요.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저는 섬뜩했는데 알고 보니 그 고모님은 오랫동안 불자로서 부처님을 믿고 계신 분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러면 안 되는데 싶어서 고모님한테 말씀을 드렸더니 고모님은 그냥 제 이야기를 흘려듣는 것 같았어요. 이와 같은 경우에 저는 어떻게 고모님을 위해서 마음을 내 드려야 되는지 그것이 궁금합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이런 예가 있었어요. 어느 집 시어머니가 상자에다 옷을 해서 놓고 항아리를 해 놓고 쌀을 놓고 그렇게 해서 시어머니 대대로 내려오면서 그거를 믿는다 하는 집으로 어떤 색시가 시집을 갔더래요. 그 색시는 이 공부를 하는 색시예요. 그래서 하루는 나한테 와서 그런 말을 하길래, “그러면 모든 걸 주인공에다 맡겨 놔라. 그것은 그냥 물건일 뿐이다. 마음에 맡기면 물건일 뿐이니,  시어머니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거를 치우지 말고, 또 며느리로서 시어머니의 마음에 어깃장을 내고 그러지 말고, 그냥 내버려두고 너만 알고 한마음으로 모든 거를 넣어라. 모든 걸 넣게 되면 천도가 되니까 그렇게 해라.” 그랬거든요.

그러고 나선 자기는 알고 있으니까 그냥 어떻게 하다 보면 먼지를 털기 위해서 거기까지도 막 치고 털고 이러니까 시어머니는 껌벅 죽는 거죠. 그거 모셔 놓은 데다가 함부로 그렇게 먼지를 털고 그러느냐고요. 그러니깐 그 며느리가 있다 하는 소리가 “어머님, 이것도 먼지가 앉으면은 아니 되니깐 먼지를 깨끗하게 털어드려야만 되지 않겠습니까? 이 상자도 먼지가 있으면 상자가 더럽다고 그러지 않겠습니까?” 하니까 그냥 말도 안 하시고 쓱 삐져서 들어가시더니 그날 저녁에 꿈을 꾸어 가지고는 그 이튿날 “야, 참 이상스러운 꿈을 꿨다.” 그러더랍니다. 그래서 “무슨 꿈을 꾸셨는데요?” 하니까 “아, 그 상자 속에서 글쎄, 전부 그냥 나가더라.” 하하하. “상자 속에서 전부 나가서 구름을 타고 가는데 아이, 그 상자는 그냥 비었지 않던.” 그러더랍니다. 그래서 “아휴, 정말이십니까?” 그러니까 정말이라고 “아유, 그런 꿈을 꿨는데 정말 저 상자는 비었더라.” 그러더랍니다. 그래서 “아휴, 그러면 어머님 꿈이 그냥 맞겠네요, 그러니깐 그거는 그냥 태워 버리는 게 좋겠지요.” 하니깐 “그래라. 비었더라.” 그러더라는 겁니다. 그렇게 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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