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얼굴을 돌려 북두를 보라’ 함이 무슨 뜻인지?
본문
질문
예전 어느 선사가 제자를 보고 이런 말을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네 공부가 조용한 중에는 그만한 편이나 움직이는 중에는 아직 멀었구나.” 하시면서 북두칠성을 보라고 했답니다. 그렇다면 ‘남쪽으로 얼굴을 돌려 북두를 보라’ 함이 무슨 뜻인지 가르침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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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우리가 얼른 쉽게 말하면 발은 하늘을 보고 머리는 땅속을 본다 했습니다. 그것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예전에도 얘기했지만, 모든 물질이 다 허망한 것이니 그 허망한 물질의 움죽거림이 움죽거림이 아님을 알면 바로 남쪽으로 얼굴을 돌려서 북방을 볼 수 있다 이런 겁니다. 이 북방을 볼 수 있다 하는 것은 마음세계를 보는 겁니다. 지금 여러분이 움죽거리는 것이 여러분이 움죽거리시는 겁니까? 네? 이 물질을 가지고 허망하다 했습니다. 그리고 그 허망한 것이 움죽거리는 것이 움죽거림이 아님을 알라 한 것도, 그것도 바로 마음으로부터 움죽거림이 나오지, 마음이 아니라면 움죽거림이 나올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니깐 마음의 주인이 하자는 대로 육신은 움죽거리게 돼 있으니 그러한 겁니다.
그러니 누구나가 “아, 칠성이 참 잘 생겼다. 아! 고놈, 아주 칠성이 곧잘 생겼는데….” 이러기도 하죠. 그러니 이 밝은 마음, 이 마음과 몸이 둘이 아닌 도리를 그 밝음에서 보라 하는 이 소리나 똑같습니다. 남쪽으로 얼굴을 돌려서 북두를 봐라. 내 마음의 제일 높음을 말하는 겁니다. 얼른 쉽게 말해서 인간은 머리가 제일 위입니다. 그런데 머리가 위가 아니라 정신이 위란 얘기죠. 북두, 이 모든 것을 “남쪽으로 얼굴은 돌리되 그 내면의 북두를 봐라. 그걸 볼 줄 알아야 어느 일을 하더라도, 어느 걸 하더라도 함이 없이 할 수 있기 때문에 움죽거려도 움죽거림이 아니니라. 그게 움죽거려도 움죽거림이 아니요, 움죽거리지 않아도 움죽거림이요, 그 가운데 묘미가 있느니라.” 그랬거든요.
그러니까 모두 이것은 우리가 깨달음을 가진 여러 조사들도 부처님들도 다들 그렇게 앉아서 이 얼굴을 여기다 두고도 팔방미인이었지요. 뒤도 보고 옆도 보고, 땅속도 보고 위도 보고, 다 보기 때문에 어느 거 하나 안 보이는 게 없어서 면경 알 같다. 면경에 자기가 비치는 게 자기가 아니고 그 팔방미인이 바로 보여야 된다 이런 거죠. 그러니 사무 사유(四無四有) 이 모두를, 한꺼번에 시공을 초월해서 걸림 없이 돌아가는 이 소용돌이를 바로 우리는 고개를 이리로 두고도 뒤를 볼 수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과거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 바로 현실에, 미래에 이 삼세가 바로 일심(一心), 현실 지금 이 자리라는 겁니다.
삼세가 따로 있는 게 아니에요. 내가 항상 얘기했죠. “바로 삼세가 있으니 네가 태어나기 이전을 찾아라.” 이러니까, 내가 태어나기 이전을 찾느라고 바깥을 그냥 헤매고 도는데 그게 아니에요. 즉 과거도 자기요, 현실도 자기요, 미래도 자깁니다. 그래서 표현을 그렇게 했죠. 작년 씨를 갖다가 올봄에 심었더니 싹으로 화했더라. 싹으로 화했는데 작년 씨를 어디서 찾는고? 그래서 싹으로 화해서 벌써 열매가 맺히고 열매가 익어서 그냥 그 열매가, 씨가 그 속에 들어 있는데 아니, 작년 씨를 작년에 가서 찾다니! 그래서 그 표현을 그렇게 했습니다. “작년 씨를 올봄에 심었더니 싹으로 화해서 태어난 것을 작년 씨를 어디 가서 되찾노?” 하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이 가정에 어떠한 문제가 닥쳐온다 하더라도 한생각을 잘 내서 새 물로 바꿔 쓸 수만 있다면….’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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