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고 가다 보면 모자란 사람 같아… >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는
큰스님 법문 중에서 발췌하여 답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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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고 가다 보면 모자란 사람 같아…

본문

질문

스님께서는 저희들에게 “모든 것을 주인공 자리에 놓고 가라.”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놓는 것은 앞생각도 끊어지고 뒷생각도 끊어진 상태일 때 놓는 것이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큰스님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하루하루 생활하는 가운데 그냥 닥치는 그대로, 닥쳐서 생각나는 대로 일을 처리해 버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특별히 고민할 것도 없고 안타까워 할 것도 없어서 때로는 무덤덤하고, 달리 생각하면 그저 편안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그런 시간이 계속됩니다. 그러나 그런 모습들이 남들에게는 좀 이상하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세상살이에는 별의별 일이 다 있고 별의별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속에서 놓고 가는 공부를 하다 보면 때론 좀 모자란 사람처럼 보이고, 능력이 없거나 이상한 태도로 비치기도 할 것입니다. 그런 경우에 솔직히 말씀드려서 ‘이것이 제대로 가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날 때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가르침을 좀 주시기 바랍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옛날부터 그런 말이 있죠. 똑똑한 놈보다 좀 어리석고 미련한 놈이 싹을 틔운다고요. 부처님께서도 아주 모르고 어리석고 그런 사람, 만날 손가락질을 받고 그러던 사람에게 빗자루 하나를 주고 쓸라고 해서 그 마음을 틔게 한 사실도 있듯이….

그래서 ‘앞도 뒤도 없다’ 하는 이 뜻은, 알아듣기 쉽게 말씀드리죠. 지금 우리가 씨를 심었는데 그 씨가 싹이 돼 가지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습니다. 그래서 먹고 나면 그 씨는 없어지죠. 씨는 싹이 돼 버렸죠, 벌써. 그 씨가 또 되나왔으니까, 그러니까 연방 과거는 없다는 얘깁니다. 과거는 없어요.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까 없고, 현실은 공(空)해서 고정됨이 없이 돌아가니까 없고, 이게 이렇게 되는 거죠. 그래서 붙을 것이 없는 겁니다. 마음에 붙을 것이 있습니까? 모두 여러분이 지어 가지고 창살을 만들어 놓고 나오지 못해 애를 쓰고 그러는 거지, 그 마음에 뭐가 붙을 게 있습니까?

그런데 살아나오면서 관습에 의해서, 이사를 가면 뭐, 동쪽으로 가야 되느니 서쪽으로 가야 되느니, 손이 달렸느니 발이 달렸느니, 하하하…, 또 삼재가 들었느니 온통 자기네들끼리 그 관습을 그냥 귀중하게 생각을 하고 매달려 가지고는 긁어서 부스럼을 만들어 놓는 거죠. 아무것도 붙을 게 없는데…. 다들 안 그렇습니까? 참 이상스러워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왜 그렇게 그 관습을 따라야 하는지. 마음에는 붙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마음을 지어 가지고, 만들어 가지고, 붙여 가지고 떼지 못하고 애를 쓰죠.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걸음을 걸어오거나 말을 하거나, 만나든가 먹든가 모든 것을 하면서 가정에서 살아도 그게 어디 붙을 게 있습니까? 금방 “아버지!” 그러면 자동적으로 그냥 아버지가 돼 가지고 그냥 하고, 또 “여보!” 그러면 그냥 남편이 돼 가지고 금방 돌아가고, “얘, 아무개야!” 그러면 아들이 돼 가지고 돌아가고, “아무개!” 그러면 친구로 돼서 돌아가고, 그냥 돌아가요. 그냥 돌아가, 그냥. 붙을 게 없이 그냥 돌아가요.

그런데 힘이 부족하니까 마음으로 ‘어이구! 저 친구가 저렇게 말을 했는데….’ 이렇게 걸린단 말입니다. ‘이 친구가 이렇게 말을 했는데….’ 하는 게 걸리면 거기다 놓고 ‘둘이 아닌 까닭에 당신이 알아서 해.’ 하고 그냥 놓고 유하게, 부드럽게 생각을 하면 내 마음 편안하고, 그쪽으로 이심전심으로 돌아가고, 사실이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놓질 못하는 거죠.

그래서 묘한 도리라는 게 뭐냐 하면 저쪽 사람이 앙심을 품고 있었는데, 이쪽 사람이 ‘아유! 그러는 거 그저 주인공만이 풀 수 있어.’ 하고 놓고 미워하질 않고 부드럽게 말해 주니까 아, 금방 그쪽에서 오므라졌던 게 펴져 가지고는 선물도 하고, 그냥 좋아지더랍니다. 이렇게 좋은 법을 모르고 왜 그렇게 애를 쓰느냐는 얘깁니다, 이렇게 쉬운 법을.

부처님께서 생활 속에서 바로, 과학이 따라갈 수 없는 도리를 가르쳐 주는데도 왜 자꾸 모른다고 합니까? 그리고 놓지 못하는 겁니까? 놓고 돌아가고 있으면서 자기네들이 걸리는 거예요. 아까 돈벌레 갈 때에 잘 가더라고 그랬죠. 잘 가면서도 누가 말을 하면 꼭 걸리는 거예요. 하하하…. 여러분이 잘 가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래서 소고삐를 쥐고 소가 남의 파밭에 들어가거나 남의 농사지어 놓은 데를 들어가거나 이런다면, 고삐를 잡아당겨서 다스려 가면서 끌고 가야 되니까 마음으로 자기를 다스려라 이 소립니다. 잘못 나가걸랑은 다스리고, 잘 나가걸랑 감사하게 생각해 주고 이렇게 하는 것이 올바른 도리라고 봅니다. 그게 그대로 놓고 가는 거지 뭘 그렇게…. 누가 붙들고 오셨습니까? 발자취를 지금 걸머지고 오셨습니까? 차가 굴러오는 거 지금 걸머지고 오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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