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마저도 공해서 없다고 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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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큰스님께서는 내 안에 근본이 분명히 있으니 그 근본을 놓치지 말라고 항상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떤 법문에서는 근본마저도 공해서 없다고 하시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저의 사량으로는 헤아리기가 어렵습니다.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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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자식의 묘지가 있고 아비의 묘지가 있는데 이 아비의 묘지에서 아들로 가면 아들로 하나가 되고 아들의 묘지에서 아들이 아버지한테로 가면 아버지로 하나가 되느니라.” 언젠가 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죠. 이게 왜냐. 내가 육신으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일을 하게 되면 자식이 돼 버리는 겁니다. 그랬다가 한순간 ‘아, 이게 주인공을 놓쳤구나.’ 이럴 때는 벌써 아버지로 한데 합쳐지는 겁니다. 이걸 아셔야 돼요. 이 마음이, 이 마음 근본이 바로 중간에서 매개 역할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것도 공했고 부동한 그 근본도 공했다 이겁니다. 그리고 이건 움죽거리지 않는다는 얘기죠. 그런데 이것도 허수아비고 이것도 말하자면 뿌리 없는 기둥처럼 하늘을 받치고 있는 그 근본이란 얘깁니다. 그러니까 무한의 능력을 가진 바다와 같다 이겁니다. 그래서 중간에서 매개 역할을 하는 이 선장이 지금 문제입니다. 선장이 어떻게 육신을, 차를 끌고 다니며 기름을 어떻게 넣어 가지고 어떻게 끌어야 올바로 끌고 다니느냐 이겁니다.
그러니까 그것을 올바로 알려면 무조건 이유를 붙이지 말고, 꼬리를 붙이지 말고…. 아, 내가 공한 이치는 아시겠죠? 내가 왜 공했다는지. 없어서 공한 게 아니라 너무 빠르게 돌아가니까, 어떤 거 할 때 나라고 세울 수 없으니까 공했죠. 그래 부처님께서 “사대와 오온이 공한 줄 알면 그대로 여여하니라.” 그랬어요. 그러니까 여기에다 모든 거를 놓고 갔을 때 비로소 들이고 내고 하는 것이…,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댁의 것들이 아니에요. 댁의 주인 거지 이 육신 게 아니란 말입니다. 관리하는 관리인이에요. 차도 운전수에 달려 있는 거지 꼬라박든 뭐, 좋은 데 아스팔트로 끌고 가든, 또 잘못해서 부딪치든 그 운전수에 달렸지 누구에게 달렸습니까. 또 딴 차가 와서 받아도 아, 그 운전수에 달렸지 누구에게 달렸습니까. 그러니까 그 차가 있기 때문에 또 그 차가 받은 거지 그 차가 없다면 왜 받습니까? 그러니까 여러분이 차를 끌고 다닐 때에 올바로 차를 끌고 다닌다면 기름도 올바로 자꾸 넣어 가면서 끌고 다닐 텐데, 그 도리를 모르기 때문에 올바로 끌고 다니지 못하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 누구에게 항거합니까. “차가 지금 꼬라박혔으니 이걸 어떡하겠습니까.” 하고 누구더러 물어봅니까? 운전수가 그렇게 했는데 운전수가 그걸 또 물어봐요.
그리고 여러분,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란 말을 많이 듣죠? 지금 밥상을 받았습니다. 여러분도 밥 먹죠? 내가 밥 한 그릇을 놓고 먹을 때에 ‘주인공!’ 하면 전체를 말하는 겁니다. 우주 전체, 일체 제불, 일체 보살, 일체 중생이 전체 한마음으로 들어서 주인공이거든요. 주인이자 공했다 이겁니다. 일체 모두가 전부 공했는데 바로 그 공한 게 둘이 아니어서 내 주인공에 그냥 전체가 직결돼 있어요. 이 우주 전체 삼라대천세계의 근본마저도 없기 때문에 내 근본에 직결돼 있는 이 자체가 바로 한마음 주인공이에요, 그냥.
여러분! ‘대(對)가 없다, 근본도 없다’ 이런 얘기를 지금 비유하는 겁니다. 가정에서 아버지라는 분이 대들보이자 근본이라고 합시다. 근데 그 아버지라는 분은 모두를 먹여 살리고 심부름하느라고 열났지, 근본은 근본이라도 근본이 아닙니다. 아버지가 아닙니다. 아버지는 아버진데, 이름은 아버진데 그냥 전부의 심부름꾼이에요, 똥 친 막대기처럼. 그래서 대가 없는 게 부처다 이겁니다. 가정에 충실하게 남편 노릇을 하고 자식 노릇을 하고, 또는 아버지 노릇을 하고 형님 노릇을 할 수 있는 사람, 또 바깥에 나가서도 질서를 문란치 않게 하고 시간과 도의와 의리를 지키며 무슨 말을 해도 신뢰받는 사람, 계율을 지킨다 안 지킨다를 떠나서 인간의 도리를 그대로 하는 사람이라야만 그것이 대 없는 아버지, 대 없는 부처다 이거예요. 대가 없는 게 부처지 대가 있으면, 하나라도 거기 끼어 있으면 부처가 아닙니다. 보살 노릇도 할 수 없어요.
그런 거와 같이 지금 부처님의 뜻은, 부처님의 뜻이라고 하기 이전에 여러분 주인공의 집에 들어오기만 하면 그렇게 들고 나면서 여러분을 이끌어 주니까 몸 안에서는 모두 진화돼 가지고 천백억화신으로서 호법신이 되고 수호신이 되고 화신이 되고 법신이 됩니다. 지금 내 몸뚱이 하나 속에 온갖 인과로 뭉친 그 중생들이 화해서 들고 나면서 그렇게 바깥 경계 안 경계를 수호한다 이겁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그 뜻을 아셔야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 공부는 일체라고 그전에도 항상 말했죠. 천문학이나 천체물리학이나 과학, 공학, 의학, 지리학, 이것들을 전체 한데 합친 공부라고요. 그러니 항상 얘기한 “한 찰나에 들어왔다 한 찰나에 나가시고” 하는 게, 우리가 공부하면서 한생각을 내면 그렇게 들고 난다는 것이니 불가사의한 법이라는 겁니다. 지금 여러분을 저 천국에 갖다 놨다가 금방 이리로 갖다 놔도 여러분은 어디 갔다 왔는지 모르니 불가사의하다는 거죠. 그거를 거짓이라고 한다면 요렇게 한번 표현을 해 볼까요? 지구를 버스라고 한다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지구가 그냥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여러분을 태워 가지고 어디 타국에, 그냥 막 여러 별성을 통해서 다른 천체에 갖다 놨다가 여기 데려다 놔도 여러분은 모르지 않습니까? 빛보다 더 빠르고 찰나찰나 돌아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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