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한 그 가운데에서 무엇을 세워서 공부해 나가야 하는지?
본문
질문
공이 색이고 색이 공인 그 가운데에서, 세상이 본래 공하고 공한 그 가운데에서 무엇을 세워서 공부해 나가야 하는지요. 그리고 본래자성불이라고 하셨는데 또다시 무엇을 닦아 나가야 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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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그러니 제일 조건은 뭐냐. 내 주인공의 안테나. ‘주인’이라는 건 축을 말하고 ‘공’이라는 것은 프로펠러와 같이 돌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여러분은 하루 24시간 살아나가시는 데에 고정관념과 고정된 행과 고정된 말과, 고정되게 듣는 거와 고정되게 만나는 거와 고정되게 가고 오는 거와 고정되게 먹는 거…, 그렇게 고정된 것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고정된 것이 있다고 본다면 그렇다고 말씀하십시오. 모든 게 고정됨이 없습니다. 왜 공이 색이고 색이 공이라고 했을까? 한번 생각해 볼 의미가 있지 않습니까? 여러분은 하루 온종일 그렇게 놓고 가면서도, 고정됨이 없는 것을 알면서도, 공했다는 걸 알면서도 여러분은 ‘그것이 도대체 뭐길래 주인공이라고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실 겁니다. 여러분이 주인이자 공입니다.
그래서 예전에 혜능 선사가 이런 말을 했죠? 오조 홍인 선사가 밤중에, 삼경에 들어오라고 그래서, 들어오라는 말이나 했나요? 주장자를 탕 탕 탕 세 번 쳤었죠. 그러니까 벌써 알고서 삼경에 들어갔는데, 여러분이 잘 아시는 얘깁니다. 그런데 나는 지금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느냐 하면, 『금강경』을 강설하시는데 육조 스님은 이렇게 대답을 했죠. 네 가지 조건 말입니다. ‘본래자성불이 청정함을 어떻게 알았으리까.’ 이런 말이요. 이 중에 청정이라는 자체는, 바다가 깊어서 모든 물이 바닷물로 다 모이는 거. 더러운 거 깨끗한 거, 구정물 깨끗한 물 뭐, 고름물 핏물 다 한데 합쳐서 거기에 모이는 거. 모이는 그것도 아니라고 해서 젖는 거. 허허, 똥물에도 젖고 핏물에도 젖지 않습니까? 그걸 청정이라고 했거든요. 그러면 ‘어찌 본래자성불이 청정함을 알았으리까. 본래자성불이 생멸이 없는 줄 어찌 알았으리까. 본래자성불이 일체 갖추어 가지고 있는 줄 어찌 알았으리까. 본래자성불이 움죽거림이 없이 들이고 내는 줄 어찌 알았으리까.’ 이 네 가지를 가만히 생각해 보십시오.
고정관념도 없고 어떤 것도 없이 여러분은 그대로 본래 자성, 바로 신이며 본래자성불입니다. 여러분은 본래자성불인데 그 본래자성불 가운데에 바로 중생들이 수없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니다. 여자 남자가 둘이 아니요, 동서가 둘이 아니요, 세상이 전부 둘이 아니다.”라고 한 겁니다. 그 뜻을 아신다면 내 몸속에 있는 중생들의 마음을 한마음으로 돌리면서, 깔보지 말고 업신여기지 말고 아상 부리지 말고, 살생을 일부러 하려고 애를 쓰지 말고 실천해 가십시오. 그러면 이런 계율들을 일부러 지키려고 하지 않아도 그 지혜롭고 자비스러운 마음으로써, 안에서나 바깥에서나 회사에서나 사회에서나 위로는 충성을 다하고 아래로는 통솔력이 있어서 잘해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두 손을 쩍 벌려서 다 안아 줄 수 있는 지혜와 자비를 가져야만이 우리 이 마음이, 요 지금 마음속에 있는 중생들이 다 회전을 해 줍니다. 그러면서 ‘아, 당신이시여! 당신도 나고 나도 당신이라니 얼마나 좋은가?’ 하면서 화목하게, 즉 말하자면 파워를 일으키지 않고 회전을 해 줄 때에 내 몸도 건강하게 되고, 건강한 몸을 가졌으니 마음도 건강해져서 일하는 것도 능률이 나고 가정에서도 화목하고 사랑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또 능력이 있어서 위로는, 부모 조상들한테는 묵은 빚을 갚을 수 있고 아래로는 햇빛을 줄 수 있는 그런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에 비로소 원심력이라고 하는 겁니다.
원심력은…, 보는 것만도 도가 아니고 남의 속을 아는 것도 도가 아니고, 과거의 일을 잘 아는 것도 도가 아니고 오고 가는 것이 없이 오고 가는 것도 도가 아닙니다. 그 오신통도 놓고 나와야 바로 원통력을 굴릴 수 있다 이겁니다. 바깥으로 나오지 않으면 굴릴 수가 없어요!
불법이라는 거대하고 광대무변한 우리의 이 마음 하나가 수억을 죽이려 해도 죽일 수 있고 수억을 살리려 해도 살릴 수 있습니다. 이 마음의 도법이, 바로 중용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여러분한테 다 주어져 있으니까 여러분이 한생각을 잘하셔서 실천할 수 있어야 됩니다. 배울 때는 자기 내면세계에 주인공 안테나를 탁 세워 놓고 ‘보고 듣고 하는 오신통이 모두 여기에 관련이 되어 있구나!’ 하는 거를 아셔야 합니다. 이 안테나를 세우지 않으면 세균이나 유전성이나 영계가 들어와서 내 집이 빈집인 줄 알고 맘대로 왕래를 합니다. 그러나 주인공의 안테나는 바로 자동적으로 버릴 건 버리고 들일 건 들이게끔 해서 내 몸과 내 가정과 사회를 튼튼히 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그렇게 안테나라고 표현하는 것은, 지금 현시대를 잘 내다보십시오. 텔레비전이나 전화나 모든 게 안테나를 세우지 않고는 안 되지 않습니까.
우리는 지금 이 세상에 몸뚱이가 나왔으면 칼을 뺀 거와 같습니다. 그냥 갈 수는 없죠? 여러분이 이 세상에 나와서 내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그거를 모르고 그냥 갈 수는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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