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한 마음을 유지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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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저는 아침 출근길에 운전을 하다가 다른 차가 끼어들면 어떤 날은 ‘그래, 우리 같이 갑시다.’ 하고 좋은 마음이 나가는가 하면 어떤 날은 바로 험한 말이 튀어나옵니다. 그러면서 ‘아, 내 마음에 악과 선이 동시에 들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항상 평등한 마음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악과 선을 오가는 제 마음을 어찌 다스려야 하는지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이거 봐요. 악과 선이 어찌 없겠소? 동시에 모두들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그 마음이란 놈이 도둑질도 시키고 좋은 일도 시키죠. 그러니 좋은 일 하는 사람이 좋은 일만 하는 게 아니고 악한 짓 하는 사람이 악한 짓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표면적으로 나타나게 하는 사람이 있고 나타나지 않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모두가 찰나찰나 화해서, 착하던 사람도 앞에 딱 닥치면 어쩔 수 없이 나쁜 짓을 하게 되고, 또 나쁜 짓을 하는 사람도 딱 닥치면 좋은 일을 하게 됩니다. 이러니까 좋은 일 하는 사람, 나쁜 일 하는 사람, 이것을 참선에서는 따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찰나찰나 바뀌니까 말입니다. 어떤 것을 나쁘다고 하고 어떤 것을 좋다고 하겠느냐. 마음을 바로 쓸 때는 이렇게 되고, 또 나쁜 상황이 앞에 딱 닥치면 어쩔 수가 없는 겁니다.
옛날에 한 강도가 어느 수풀 속을 지나가는데 어느 여인이 어린애를 안고 업고 걸리면서 엉엉 울고 가더랍니다. 밥도 못 먹였는지 "엄마, 밥 줘! 밥 줘!" 하고 울고 가는데, 참혹해서 볼 수가 없었더랍니다. 그래서 강도가 아닌 척 하고선 "어린애가 배고프다 그러는데 먹을 게 없습니까?" 하고 물으니까 "먹을 것도 없거니와 남편도 붙잡혀 가서 영 오지 않고, 그렇게 되니까 집도 오막살이 있던 거를 뺏기고 어디로 갈 데도 없습니다." 하더랍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돈을 뺏어서 전대를 해 가지고 있던 거와 먹을 거를 좀 훔쳐 뒀던 거를, 전대 돈은 가서 오막살이라도 하나 장만해서 먹고 살라고 주고, 자기 먹으려고 집어 온 거는 그 애들을 주고 그렇게 좋은 일을 하고 나니까 이런 생각이 들더랍니다. 허허허 웃으면서 ‘도둑질을 하는 놈 위에 또 나는 놈이 있구나.’ 아니, 얼마나 그것이 기가 막힌 말입니까?
또 한 가지 요거, 잠깐만 얘기하죠. 우리 신도가 집이 없어서 남이 금방 지어 놓은 집을 빌려서 "팔릴 때까지 들어가 살아라." 그래서 들어갔답니다. 집은 좋지만 그냥 자기는 보따리 보따리 해서 다락에다 넣고선, 내일 아침에 애들 학교 갈 때에 먹일 것도 없고 차비 줄 것도 없어서 엄마가 그냥 속상해서 부글부글 속을 끓이면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데, 그 집이 좋으니까 도둑이 들어왔더랍니다. 하하하. 뛰어넘어 가지곤 다락을 통해서 방에 들어오려고 다락에 뛰어올라 갔는데, 거기에서 아무리 찾아봐도 보따리 보따리만 있고 속을 풀어 보니까 헌 누더기 뭐, 이불 나부랑이 살림 나부랑이 뭐, 이런 거거든요. 다락에서 도둑이 가만히 생각을 하고 있는데 순간 안에서 "아이, 내일 아침에 애들 밥은 어떡하며, 차비는 어떡하면 좋은가?" 하고 타령 소리가 들리거든요. 그러면서 하는 소리가 "주인공, 당신만이 이 애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고 당신만이 먹일 수 있다." 그러더랍니다.
그러니까 이 도둑이 들을 때에 '주인공은 뭐고?' 허허허…. 주인공은 뭔지 모르지만 내일 아침에 당장 어린애를 보내지를 못하고 먹이지 못한다는 소리에 그만 이 도둑이 가슴이 좀 안됐다 이겁니다. 그래서 도둑질을 첫 번, 두 번째 해 가지고 와서 세 번째 들렀는데, 그 도둑질해 온 거를 다락문을 가만히 열고는 거기다가 내놓고서는 다락문을 또 타고 나가면서 하는 소리가 "아이고 참, 기가 막혀! 이것은 도둑질하러 들어왔다가 되뺏기고 가네!" 이러더랍니다. 하하하. 그러니 도둑놈이 어찌 도둑놈만이겠느냐 이겁니다.
그 사람이 이튿날 아침에 와서 깔깔 웃으면서 "스님! 주인공이 이렇게도 살리는 수가 있습니까?" 하는 겁니다. 세상에, 도둑이 도둑질한 걸 갖다 줘서 애를 무난히 학교에 보내고 쌀 한 가마니 사고 또 연탄 사고 애들 등록금도 주고 이랬다는 겁니다. 이럴 수가 있느냐 하니까 "그러게 도둑놈을 도둑놈으로 보지 마라, 음? 모두가, 그저 죄가 뭐가 죄겠어? 다 모르는 게 죄고 순간순간 나오는 대로, 업식에서 나오는 대로 하는 거지. 그 사람이 미운 것이 아니야. 그리고 그 환경에 닥치면 어쩔 수 없이 하는 사람도 많아. 그러니까 외려 더 불쌍하지. 뭐가 나쁘고 좋고가 따로따로 있겠느냐?" 이랬습니다. 그러니까 악과 선은 없습니다.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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