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은 신심을 갖고 싶어요 >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는
큰스님 법문 중에서 발췌하여 답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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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신심을 갖고 싶어요

본문

질문

평소에는 주인공을 믿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큰일에 부닥치고 보니 제가 믿음이 많이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굳은 신심으로 물러서지 않는 정진을 하고 싶은데 한 말씀 일러 주십시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본원관리자님의 댓글

본원관리자 작성일

그런데 나를 믿는 것 말입니다, 믿는 것은 아픈 것을 나을 양으로 믿는 것도 아니요, 죽을 걸 살 양으로 믿는 것도 아니요, 어떠한 업보를 제거하려고 믿는 것도 아니요, 자기가 이 세상에 났으니까 그대로 자기를 믿으라는 것입니다. 자기 시자는 자기 주인을 믿어야 된다는 얘기죠. 아버지가 나쁘든 좋든 아버지이듯이, 어머니가 못났든 잘났든 하여간에, 못 배웠든 병신이든 내 어머니이듯 그냥 무조건, 무조건 믿는 그 속에서, 천차만별로 벌어지는 거는 다 대치가 되는 거니까요.
 
그렇게 믿지는 않고 이름만 부르면서 요거 한 가지만 해결하기 위해서 애를 쓴다면 그건 참 더디죠. 앞에 닥친 거를 어쩌겠습니까? 그러니 진짜로 믿고 ‘너 아니면 해결 못 한다.’ 하고선 마음을 조급하게 두지 말아야죠. 안 되든 되든 일단 맡겼으면 ‘난 죄가 없어, 일단 맡겼으니까.’ 하고 그냥 던져두는 거죠.

어떤 스님이 삿갓을 쓰고 주장자를 짚고선 물을 건너가는데 아, 어느 마을에 불이 나서 그냥 막 타오르고 아우성을 치고 있더랍니다. 그래서 그 몸뚱이가 뛰는 게 없이 주장자를 물에다가 척 치니까, 그 물이 구름으로 화(化)해서 전부 비로 내리더랍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니 불이 그냥 단번에 꺼지더랍니다. 그쯤은 돼야죠. 허허허. 그러니 몸뚱이가 아무리 뛰어 봤자 벼룩입니다. 저 허공에서 비행기가 잘못돼서 죽는다고 해 보세요. 몸뚱이가 아무리 뛴다 하더라도 그거를 해결할 수가 있나요?

예전에 그런 예가 있었죠. 어느 스님이 가만히 보니 비행기 조종사가 몸이 불편해서 술 한잔을 마셨는데 위험하게 된 거예요. 그 스님이 가만히 보니까 사람들이 많이 죽겠거든요. 그래서 그 조종사 속으로 들어갔어요. 조종사 속으로 들어가서는 “에이, 이 새끼야! 정신 차려!” 그러고는 콱 찔렀단 말입니다. 그래서 정신 차려 보니까 이거 야단났거든요. 그래, 그냥 수습을 한 거죠, 그냥. 비틀비틀하면서 수습을 해 가지고 괜찮았답니다. 그런 예도 있어요.

그러니까 이 몸뚱이 하나가 그대로 꼬챙이에 꿰어져 있는 것처럼 바로 선장에 꿰여 있는 거나 같습니다. 그리고 배와 같고요. 선장이 끌고 가는 배와 같습니다. 그런데 그 배를 타고 있는 놈들은 얼마나 많습니까? 지금 여러분 몸속에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들어 있습니까? 그거는 배를 탄 중생들이라 이 소립니다.
 
그런데 바람이 많이 불고 그래서 우리가 지금 평지에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주 험한 파도치는 바다를 배를 타고 건너감과 같다, 살얼음판을 지나가는 것과 같다 이랬습니다. 선장이 잘 이끌고 가는 거를 믿지 못하고 안에서 마음이 흔들리면 안에 있는 중생들이 다 흔들리거든요. 그러니까 죽는다 산다 하고 안에서 뛰면 바깥에서도 뛰고, 바깥에서 뛰면 안에서도 뛴단 말입니다. 그러니 그 배가 뒤집히지 않고 견디겠습니까?
 
이 배가 몸뚱이라고 생각을 해 보십시오. 그런데 말입니다, 이 한생각을 하고 돌아가는 분들은 파도가 치든 말든, 배가 엎어지겠으면 엎어지고 말겠으면 말고, 딱 그냥 ‘어허, 내가 공했는데, 배를 탄 거는 어딨으며 배를 안 탄 거는 어딨겠느냐! 파도친 거는 또 어딨겠느냐!’ 이럴 때는 그냥 안에서 빙긋이 웃음이 날 뿐이지 아무것도 없어요. 그랬을 때 아무것도 없이 배는 무사히 지나갈 수 있고, 여러분의 가정이 무사히 혼란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이 소립니다.

부도가 났네 뭐가 났네 하는 것도, 이 도리를 몰랐을 때에 부도가 나게 해 놓은 거를 어떡합니까? 수습해야지. 그러니까 모든 것을 그 주인한테다 다 맡기고, 하늘이 무너져도, 회사가 다 그냥 날아간다 하더라도 ‘너만이 해결할 수 있고 그런 거지.’ 하고 거기다 딱 맡겨 놓고 ‘뭐, 이렇게 되든 저렇게 되든, 그냥….’ 하고 가는 거지 왜 그렇게 불편하게 사십니까? 이렇게 살아도 한세상 저렇게 살아도 한세상인 것을 왜 불편하게 사십니까? 자식이 지금 저기 물에 빠져서 둥둥둥둥 떠내려간다, 부모가 둥둥둥둥 떠내려간다 하더라도 마음이 요동치 말아야 그 자식도 건지고 부모도 건지지, 마음이 요동치게 되면 같이 다 죽어요.
 
옛날에 어느 스님이 그랬대요. “어머니가 고생고생하며 사시다가 늙어도 고생을 면치 못하고 애를 쓰면은, 그냥 물에 떠내려가는 것을 보아도 그냥 그 어머니만 건지지, 그 어머니의 시자는 건지지 말아라.” 이랬거든요. 그리고 또, 자식이 떠내려간다 이럴 때는 아직도 좀 시자 노릇을 할 테니까, 그 몸뚱이가 젊었다는 거죠. 그러니까 딴 사람이 와서 건지게끔 마음을 내는 거죠. 그렇게 해서 떠내려가는 것도 건지게 돼서 살게 되고, 깔려 죽을 것도 다 살게끔 되고 이렇게 되는 거죠.

이것도 마음의 놀이가 아니라면 절대 힘듭니다. 그러니까 일체 만물만생은 물론이거니와, 우주 전체가 생명의 근본이 아니라면 절대 움죽거릴 수가 없습니다. 우주가 임신을 해서 별성을 낳을 때에 수없이 낳고 수없이 들이고, 또 수없이 나도 중심의 근본이 아니라면 그렇게 들이고 낼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냥 종교 삼아, 남들도 절에 다니니까 나도 다녀 보자 이러고 그냥 나오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그러나 그게 아닙니다. 우리가 전화를 필수적으로 쓰듯이, 밥 먹는 거를 필수적으로 먹듯이, 우리가 살고 있으니까, 내가 살고 있으니까 모든 게 내 탓이고 남의 탓은 하나도 없어요. 그리고 내가 있는 자리에 부처가 있고, 내가 변소간엘 가든지, 똥둑간엘 가든지, 허허허, 똥 재어 놓는 데 있죠? 그런 델 가든지, 내가 있는 자리에 부처는 있는 것이지 깨끗한 데를 찾아서 부처님이 계신 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잘되려고 하지도 말고 못되려고 하지도 말고 닥치는 대로 마음에다 맡겨라. 이왕 맡겼으면 심부름꾼은, 즉 말하자면은 하인은 주인이 하는 대로 따라갈 뿐이지 그냥 뭐 잘못됐느냐 잘됐느냐 따지지 말아라. 왜 주인도 따지지 않는데 하인이 따지느냐. 그러면 종 문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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