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한 믿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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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육신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보통 살기만을 바라고 마음을 내게 됩니다. 그런데 진실한 믿음은 죽고 살기를 떠나야 하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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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죽고 사는 걸 떠나야만이 그 믿음은 진실한 믿음이 되는 겁니다. 내가 만약에 아이고, 죽는 게 두렵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이건 부처님이 있으면 살려야지 죽이는 법은 없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이거 안 되는데, 이거 안 되니깐 주인공도 쓸데없는 게 아닌가?’ 이렇게 올팡갈팡하는 믿음은 믿음이 아닙니다.
본래부터 주인공은, 수억겁 광년을 거쳐 미생물에서부터 존재해 왔다는 겁니다. 나를 형성시키고 진화시키고, 쫓고 쫓기면서 형성시켰단 말입니다. 그래서 고등 동물까지 이끌고 온 장본인을 믿지 않는다면 어떡합니까? 거기서만이 나오는 거니까 거기에서만이 해결을 하지, 마음으로 병난 거는 마음으로 해결을 해야 하고, 육신이 병난 거는 육신으로 대치를 해서 병원에서 고쳐 나가는 거죠?
이 물질적인 문제도 또 없어서는 안 됩니다. 일체 만물이 있기 때문에 이 마음 염파가 걸러 걸러 돌아가면서 이것이 확립이 되니까요. 그러니까 찰나에 쏜살같이, 한생각이 일어났다 하면 그대로 그냥 한꺼번에 전달이 되는 거니까요. 하나가 이렇게 섰다면…, 이 자가발전소라고 표현을 해도 되겠습니다. 여기 발전소에서 전력이 나갈 때는 그냥 동시에 쫙 전력이 나가듯이, 마음에서 한번 생각하면 이 두뇌로 해서 사대로 그냥 전파가 되고 통신이 됩니다. 통신이 되면 내 마음대로 이 모든 것이 따라 주니까, 그냥 이 마음은 체가 없어서, 의식도 체가 없어서 나가면서 들어오면서 주위의 모든 것을 다 살피고 그래서 내 신장이 내 부처를 동시에 적절히 모시고 다니는 거죠.
어느 학생이 그런 말을 했습니다. 고등학교 학생인데요, 가방을 메고 어느 골목길에 들어섰는데 한 열댓 명이 착 나서더니만 그냥 칼을 들고 위협을 하더랍니다. 그 순간 급하니까 내가 일러 준 생각이 났더랍니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거죠. 이거 이럭하면 어떻게 되는 건지도 모르고 그냥 그 순간 ‘아이고, 주인공! 아이고, 스님! 주인공!’ 급하니깐요.
그러고는 그냥 거기다가 전념을 다하느라고 그 열다섯 명이 칼을 들었는지 뭐를 하는지도 모르면서 그냥 멍청이처럼 우두커니 쳐다보고 섰으니까, 오더니만 아래위로 딱 전부 뒤지더니 돈 만 원이 나오니까 돈 만 원만 가지고선 “에이, 여기 이 새끼는 속에 시계도 차고 그랬지만 아무것도 볼 것도 없어.” 그러고선 아, 그대로 가더랍니다. 발길질 한 번 안 하고 그렇게 했다는 것은 그건 말도 안 됩니다.
그렇게 하고 다 간 뒤에 벌컥 주저앉아서 ‘야, 이런 거로구나!’ 이렇게 생각했답니다. ‘이런 거로구나!’ 하고. 여기다가 그렇게 급하게 맡기니까 급하게 조달이 된 거죠. 그러니까 보이지 않는 의식들이 그 사람들의 마음속을 다 점령을 해 가지고, 그 악하게 마음이 됐던 것을 선하게 이렇게 해 놓으니까 그냥 갈 수밖에요.
이게 어떻게 생각하면 알고 모르고 이걸 떠나서 이렇게 할 수 있는 믿음을 가져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경전을 달달 외우고, 학술적인 지식적인 뭐를 가지고 거기에 그냥 딱 죄여서 머리가 굳어 가지고는 옴짝을 못 하는 경우가 많죠. 살아오면서 그것이 관습이 돼서 아주 인이 박혔으니까요. 사람이 너무 약아서 요건 요렇다, 요건 못 한다 한다, 이럭하면 잘되겠고 이럭하면 못되겠고, 이것이 아주 뚜렷하니까 거기에 딱 틀이 박혀서 믿음이라는 게 확실히 들어가지 못하는 거죠.
그래서 부처님께서도 좀 무식하고 바보 같아야 더 빠르니라고 하셨습니다. 이게 아는 게 많으면 망설이는 게 많거든요. ‘이게 정말인가? 이거 거짓 아니야?’ 거짓이고 잘못이고 따질 게 뭐 있습니까? 자기가 자기 믿으라는데. 타의의 어떤 형상을 믿으래야 ‘이게 어떻게 되는 건가?’ 하고 살펴볼 수도 있는 거지, 그리고 중들의 고깃덩어리를 믿으래야 살펴볼 수도 있는 거지, 이름을 믿으라나 허공을 믿으라나? 아이, 이러니까 살펴볼 것도 없지요, 못났든 잘났든 자기 믿으라는데. 자기가 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없을 겁니다. 고통도 없을 거고 즐거움도 없을 거고 아무것도 없어요.
이 사람이 형성이 돼서 그저 사는 날까지 이렇게 살아도, 한 번 병들고 쓰러지니 그뿐입니다. 보잘것없죠. 사람 인생이라는 게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모릅니다. 우리가 하루살이를 볼 때에 어떻게 생각이 드십니까, 하루살이를 볼 때. 저 산천초목이, 저 산봉우리가, 또는 큰 돌이 우리를 볼 때에 어떻게 보겠습니까? 하루살이로 보겠죠?
그러니까 여러분이 공부를 진짜 하려면 생활 속에서 근면하고 착실하고 진실하게, 내가 지금 금방 죽는다 하더라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그 믿음, ‘네가 형성시킨 거니까 네가 없애려면 없애고 좀 더 살게 하려면 더 살게 하고 마음대로 해라.’ 하면 좀 어떻습니까? 어차피 한 번 갈 거라면 그렇게 믿어 보면 좀 어떻습니까?
자기를 자기가 죽일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믿음을 가지려면 진실히 믿어서, 병이 낫고 안 낫고 그걸 떠나서, 또 안 되고 되고를 떠나서 믿어야 합니다. 진짜 자기를 그렇게, 수억겁을 통해 쫓고 쫓기면서 진화를 시키고 그랬던 것도, 쫓고 쫓겨 봐야 그게 마음이 발전이 되고 그러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어떤 어려움도 공부로 알라. 왕창 하늘이 무너진다 하더라도 믿는 것만은 ‘허, 무너지게 또 했군.’ 하고 넉넉한 마음으로 웃고 쳐다본다면, 그 대치가 다 되게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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