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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묻는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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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법문 중에서 발췌하여 답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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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가 법이 되게

본문

질문

제가 말을 좀 많이 하는 편이라 사람이 좀 가벼워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한마디를 해도 좀 진중하고 무겁게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말 한마디가 법이 될 수 있게 할 수 있을까요.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본원관리자님의 댓글

본원관리자 작성일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말을 좋게 해서 여러분의 귀만 즐겁게 한다면 잘못이다 하는 것을 느낍니다. 여러분이 마음으로 스스로 절감하고 감응이 돼서 여러분 마음에서 스스로 한생각을 낼 때에 그것이 법이 됩니다. 여러분이 체험하고 차츰차츰 삶의 보람을 느끼면서, 또는 허망함을 느끼지 않는 법이 거기에서 나오는 거지 다른 게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우리가 업보를 지니고 나왔으면은 팔자 운명을 어떻게 할 수 없지 않습니까?” 하는데 그거는 모르면 그렇다 이겁니다. 바깥으로 끄달리면 더 업보를 지을 뿐, 그것을 무마시킬 수 없고 녹일 수는 없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하나 들어오는 대로 바깥에서 오는 경계도 안에서 일어나는 경계도 모든 것을 거기에다 놓는다면 모든 업보가 무너지는 거죠, 지옥고가.

천차만별로 돼 있는 지옥고가 무너지게 되자 고르고 골라서 씨를 뿌린 밭에다 물을 주면 싹이 모락모락 나오듯, 내 마음의 근본이 바로 모락모락 나오게 되죠. 그럼으로써 지혜가 생기고 남을 원망하지 않게 되고 묵묵히 걸어가게 되고, 한 발을 떼어 놓을 때에 무겁게 떼어 놓게 되고, 말 한마디 할 때 한 번 굴려서 무겁고 지혜 있게 말을 하게 되고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말 한마디가 법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분들도 많을 테죠. “저 스님은 이거는 이렇고 저거는 저렇다고 똑 떨어지게 말하지 않고, 항상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게 얼버무려 놓는 사람이야.” 이렇게 말입니다. 그러나 딴 사람들이나 여러분은 모르겠지만 내가 여러분이 나쁜 짓을 했다고 해서 나쁘다고 한 번만 말을 해 놓고 한번 생각했다면 그 사람은 좋아질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좋다’고도 아니 하고 ‘나쁘다’고도 아니 하고, 강도도 강도가 아니라고 하지도 않고 강도라고 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이 어찌 마음으로 ‘저건 강도다’ 그러고 생각을 하겠습니까? 그리고 말을 하겠습니까? 이건 ‘선자’고 이건 ‘악자’다, 이렇게 어떻게 말을 합니까? 그러면 그분은 몸을 벗어도 그 차원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요다음에 또 그렇게 곡경을 당할 테니 그것을 왜 그렇게 해야만 합니까?

말 한마디 해서 법으로 딱 떨어질 땐 그게 무서운 말인데 어떻게 이건 옳고 이건 그르다고 하겠습니까? 여러분,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나쁜 일을 했다가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고, 좋은 사람일지언정 때로는 나쁘게 돌아갈 수 있다는 그 사실을 여러분은 잘 파악하고 계시겠죠. 장차 좋은 것도 아니고 장차 나쁜 것도 아니다 이겁니다. 한 찰나입니다. 나쁜 짓을 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항상 나쁜 짓만 하는 게 아닙니다. 금방 어떠한 지경에 도달해 ‘나는 이렇게 해서 안 되겠다’ 하고 돌아섭니다. 그렇게 돌아설 사람을 ‘이 사람은 나쁘다’ 그러고 꼭 찍어 놔야 옳겠습니까?
 
이건 그럴 수가 없죠. 법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길잡이로서, 여러분한테 부처님의 참뜻, 이 좋은 법을 전달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그렇게 말 한마디 할 수 있느냐? 여러분은 못 믿겠지만 정말 법이라는 것은 그렇게 무섭습니다.
 
이 손이 손이 아닙니다. 손 아닌 손이 손이지. 손가락 하나 가지고도 하늘을 받칠 수가 있다는 그 사실, 하늘을 뚫을 수가 있다는 사실. 백지장 하나를, 산을 넘어가는 게 무서운 게 아니라 백지장 하나 넘어서기가 어렵다는 얘깁니다. 산을 넘어가는 거야 넘어갈 수가 있지만 백지장 하나 넘어서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이니, 여러분이 그것을 다 놓고 그 백지장 하나 사이를 넘어선다면 여러분은 정말 대인이 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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