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으니 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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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마음의 어떤 상태에 대해 여쭙고자 합니다. 눈앞에 큰일이 있으면 내내 그 생각에 시달리면서도 그것을 이용하여 공부가 되게 하려고 애를 쓰기도 하고, 그러다가 혼란스러워 차라리 다 치우고 명상을 해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다시 또 머리가 아파 와서 주인공을 새겨보려 하지만 늘 주인공이라는 글자만 떠오르고, 매번 이런 식의 일들이 반복되니 몹시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에잇, 모르겠다 하는 생각과 함께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더니 비록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고뇌도 없고, 생각도 없고, 생각이 없다는 그 생각도 없고 그런 적이 있었는데 그 상태가 편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잘못된 상태 같아 겁나기도 해서 다시 제 의식으로 되돌아왔습니다. 그 짧은 한순간의 제 마음상태가 바른 것입니까, 엉뚱한 것입니까? 그 한순간이 바른 것이라면 늘 그 상태가 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까. 그 상태에서 흔들리지 않게 안팎으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지켜봐야 하는 것입니까. 가르침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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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이것은 꼭 이렇게 돼야 해! 이렇게 해야 이것이 제대로 하는 거야. 하고 붙들고 있다가 한순간 그것을 놓은 바 없이 놓고 보니 마음이 후련해진 것이지요. 내가 늘 얘기하듯이, 내가 있어서 모든 것을 해나간다고 붙들고 있는 생각들을 앞뒤 없이 놓되, 그냥 포기하는 게 아니라 자기 주인공에다 믿고 놓아야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아예 거둬지면서 근본에다 일임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삶의 보람을 느끼고 자유스럽게 살아가려면 모든 것에 얽매이지 마세요. 모든 것을 주인공이 들이고 내고, 가난함도 가난치 않음도, 어떠한 일이 생기는 것도 안 생기는 것도, 아픈 것도 안 아픈 것도, 일체를 거기서 하는 거니까 그 자리에 그냥 놓으라는 겁니다.
놓아야 된다는 그 생각마저도 붙들지 마시고 무조건 놓고 가야 합니다. 그렇다고 믿지 않고 포기하는 놔버림이 아니라 오직 근본에 일임을 해서 믿고 놓으세요. 잘하고 못하고, 죽고 사는 것도 주인공만이 할 수 있다 이거죠.
그래서 세상살이가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겁니다. 죽으면 죽고 살면 사는 거죠. 안 그렇습니까? 그런데 살 양으로 애를 쓰니까 그냥 더 더욱 삶이 고달프고 힘이 들게 되는 것이지요. 죽든지 살든지, 죽이든지 살리든지 너 알아서 해, 하지만 주인공과 둘이 아니게 하나가 됐을 때는 바로 그 자기가 자기거든요. 그러니까 죽이든지 살리든지 겁을 내지를 않아요. 누구한테 맞아 죽는다 하더라도 겁을 내지 않구요. 태워 죽인다 해도 겁을 내지 않구요. 찌른다 해도 겁을 내지 않으니까 겁내지 않는 만큼 자기 주인이 시자를 돌보게 되죠.
이 시자는 가다가 찔리든지 어쩌든지 그냥 근본만 믿고 돌아가니까, 근본이 보디가드가 돼서 주위로 죽 서서 지키듯이 그렇게 여러분을 지켜드립니다. 두려워하지 않고 살게 되면 주인공이 보디가드가 돼서 항상 뒤따르면서 돌보게 돼요. 그러니 사량으로 지어서 짊어지고 있는 모든 것을 부려놓고 자유스럽게 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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