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이나 고난이 생겼으면... >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


길을 묻는 이에게는
큰스님 법문 중에서 발췌하여 답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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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이나 고난이 생겼으면...

본문

질문

저는 지원에서 예불도 참석하고 신행회도 가입해서 이 공부를 막 시작한 초심자입니다. 아직 선원에 다닌 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살아가면서 다가오는 모든 고난과 역경이 내 안의 근본에서 나를 공부시키기 위한 과제라는 것이 실감이 나지는 않습니다. 제가 소속되어 있는 신행회에 나오시는 보살님들은 공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질병이나 고난이 주인공의 나툼이며, 공부의 재료라고 생각하고 근본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공부해 나간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이 마음의 도리를 체득하려면 체험이 필요하고, 그 체험을 통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스님, 저에게 공부할 수 있는 재료가 너무 없어서 다른 분들처럼 분발해서 공부하려고 하는 마음이 없는 것 인지요? 그렇다면 저도 어떤 병에 걸린다거나 집안에 어려운 일이 있어야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내가 더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이것이 올바른 생각인지 궁금합니다.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공부를 하고자 하는 그 마음은 좋으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게 공부할 재료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보다 세심하고 진지하게 자기 자신을 살펴보는 마음이 부족해서 그렇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바깥으로 닥치는 과제도 과제거니와 중요한 것은 어떤 순간에서건 일어나는 내 마음을 지켜볼 수 있는 지혜의 눈이겠지요. 나는 지금 이 생활에 대해 얼마나 감사의 회향을 하고 있나, 나는 공부가 오히려 바깥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나 그런 것도 살펴보시고요. 마음은 허공이어서 그대로 탁 틔었으면서도 머리털 한 오락지 보다 더 섬세하기도 한 것이죠.

어떤 분들은 공부를 하면서 요런 병을 내가 가지고 왔으니까 이 병으로 인해서 공부를 해보겠다 하는 그런 의욕을 가진 분들이 있습니다. 또 안 되는 걸 가지고 안 되는 게 있기 때문에 공부할 수 있다고 붙들기도 하구요. 그러나 붙들지 마세요. 그 모든 걸 한 찰나에 그냥 넘기세요. 통과, 통과하고 넘기세요. 본래 이 세상 평등 진리는 그냥 통과, 통과, 통과하고 넘어가는 겁니다. 본래 여러분이 그냥 놓고 돌아가는 겁니다. 이게 공부 아니겠는가 하고 붙들고 있다면 그것도 공부라는 말에 매이는 형국이지요. 여러분이 공부라고 이름 붙일 것도 없는 이 마음의 길을 한걸음 한걸음 걸어나가다 보면 결국은  아, 공부를 정말 잘 해야 하는데 하는 그 마음조차도 놓아야 되는 것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그러니, ''병이 바로 내가 공부할 수 있는 요인이다. 이걸로 인해서 내가 공부하지 않나'' 하고 붙들고 있으면 그 병이 길어져서 더 고통을 받게 되죠. 왜 고(苦)를 만들어서 받습니까? 그러니 통과, 통과하고서 닥치는 것에, 스스로 오는 것에 대해서 모든 걸 놓지 않으면 안돼요.

여러분, 한생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이 생각이 말입니다. 오늘밤에 도둑질하러 가야겠다고 마음먹으면 자기 의식들이 그대로 따라주고요, 오늘은 좋은 일 하러 가야겠다고 마음먹으면 또 그대로 따라줍니다. 마음이 하자는 대로 하는 것뿐이에요. 그러니까 생각에 따라서 몸이 튼튼해질 수도 있고 약해질 수도 있고, 과거의 업보에서 벗어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하는 수도 있죠.

그러니 모두가 내 한생각에 달려있다는 것을 꼭 명심하시고 사소한 것 하나라도 생각 나는대로 그냥 처리해 버리지 마시고, 내면에서 모든 것을 해결을 할 수 있게 믿고 맡기는 작업을 진실하게 해 나가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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