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 않고도 선방에 갈 수 있나요? > 길을 묻는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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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 않고도 선방에 갈 수 있나요?

본문

질문

스님 법문은 불교TV나 컴퓨터 영상법문을 통해서 많이 접했고, 마음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스님의 인자하고 자비로운 모습에 진한 존경심과 함께 정진의 새로운 다짐과 각오가 생깁니다. 저는 저녁에 회사를 마치고 참선 방에 가서 하루 두 시간씩 공부를 하고 가족들과 같이 집에 옵니다. 선방에서 공부한 지는 5년 정도 되어도 크게 나아감이 없어서 요즘은 출가를 해서 오직 화두에만 전념하고 싶은 게 제 소원이나 제가 장남이고, 그리고 출가를 해도 행자 생활 등 5년 정도 지나야 비로소 선방에 갈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만약 내가 사회 생활을 하지 않고 공부를 5년 동안 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야기고 선을 해서 그런지 속가에서 사는 현실이 너무 무의미하고 누구와 이야기할 상대가 없어서 답답하기도 합니다. 어머니와 저와 여동생은 선을 하니까 다른 사람하고는 이야기를 잘 안하는 편입니다. 스님, 제 소원이라면 우리 부모님을 제가 직접 천도해 드리는 것입니다. 혹시 출가를 하지 않고도 선방에는 갈 수 없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게 현명하게 공부를 할 수 있는 길인지 알려주시겠습니까 

댓글목록

큰스님 말씀

관리자님의 댓글

관리자 작성일

우주 천지의 근본은 인간 마음의 근본에 직결되어 있고 세상사는 인간의 마음에 가설되어 있다 했습니다. 여러분이 세상에 나왔기 때문에 상대도 종교도 사랑도 미움도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없는데 무엇이 존재하겠습니까. 그러니 여러분 자신부터 믿고 일체를 맡겨 놓고 연구하고 실험을 해서 체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출가 제자나 유발 제자들을 똑같이 가르치셨습니다. 진실이자 방편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지만, 부처님과 유마힐거사가 몸과 이름은 각각이지만 오고 가는 사이도 없이 마음은 한마음, 바로 한 주장자가 됐던 거죠. 그래서 일부러 병이 나게 해서 보살들을 보내게 했던 것도 공부를 시키기 위한 방편이죠.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유마힐 거사의 병문안을 가라고 말씀하시니, 사리불은 유마힐 거사의 병 문안 가는데 자기는 적합하지 않다고 하면서, 그 이유를 말씀드리기를, “제가 숲 속 나무 밑에서 좌선을 하고 있을 때 유마힐이 찾아와 저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앉아 있다고 해서 그것을 좌선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좌선이라고 하는 것은 삼계에 있으면서 몸과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좌선이라고 합니다. 멸진정에서 일어나지 아니하고도 온갖 행동하는 것을 좌선이라고 합니다. 마음이 안에도 바깥에도 머무르지 않는 것을 좌선이라고 합니다. 망상을 끊지 않고 열반에 드는 것을 좌선이라 하는 것이니 이와 같이 좌선하는  이라야만이 부처님께서 인가하실 겁니다.’ 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분의 병 문안을 가지 못합니다.” 라고 했습니다.

내가 항상 말씀드리지만 보는 것, 듣는 것, 먹는 것, 말하는 것 사는 것이 고정되지 않으니 안에도 바깥에도 머무르지 않는다는 겁니다. 나는 경을 읽어보지 않아서 여러분한테 그대로 얘기해 줄 수는 없지만, 아마 뜻으로는 더 알아듣기 쉬울 거예요.

망상을 끊지 않고 열반에 들어가는 것이 좌선이니라 했는데, 가만히 보면 번뇌 망상을 끊어야 공부를 할 수 있을 텐데, 하면서 끄달려 돌아가니, 망상을 끊겠다고 애를 쓰는 자체가 또한 망상인데 그게 어디 끊어지겠습니까. 끊어버리는 게 아니라 그냥 놓고 가는 겁니다. 마음은 고정되지 않기 때문에 하나도 묶여진 게 없습니다. 나쁘고 좋은 것 모두를 놓고 가는 겁니다. 그러한 고로 끊으려고 애쓰지 않는 사람만이 오직 좌선을 제대로 하는 겁니다. 곧 해탈 길로 들어가며 열반에 드는 것이란 말이죠. 그러니 이렇게 좌선하는 이라야만이 부처님이 인가하실 것이다 라고 유마힐 거사가 말을 하였다면서 병 문안 가기를 꺼려했다는 거죠.

그러니 계율을 지킨다 범한다는 말 없이도, 내가 참선을 하고 있다 안하고 있다는 구분이 없이 한 발짝도 헛되게 떼 놓지 않고, 말 한마디 헛되게 떨어뜨리지 않고, 한생각도 평등한 마음 아님 없는 그러한 행을 하는 것이 참된 인간의 도리이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불자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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