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여하게 살아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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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어떻게 하면 삶의 보람을 느끼며 여여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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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고정된 게 하나도 없이 찰나찰나 화해서 그냥 물 흘러가듯 하고, 뜬구름 흩어지듯 하고 그래서 ‘고(苦)가 없다’ 고 하는데, 무엇을 잡고서 내가 이것이 어떠니 저것이 어떠니 할 것이 있겠습니까? 구름을 잡는 것과 같고 물 한 주먹 잡는 것과 같은데 무엇 때문에 생각으로 고에서 허덕인다고 해야합니까. 한생각이 능숙하고 지혜롭다면 뛰어넘을 수 있는데 왜 그렇게 훌훌 털고 살아갈 수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고정된 게 하나도 없이 그냥 하나하나, 일거수일투족 다 화해서 지나가 버리고, 자기조차도 몸 안에 모든 중생들과 더불어 같이 살고 있으면서 공해서 돌아가고, 바깥에서도 공해서 돌아가고, 나와 더불어 같이 모두가 공해서 돌아가는데 거기 병 붙을 자리가 어디 있으며, 고가 붙을 자리가 어디 있으며, 업이 붙을 자리가 어디 있으며, 괴로움이 붙을 자리가 어디 있으며, 즐거움이 붙을 자리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래서 항상 말씀드리는 것이 “배우가 영화를 찍어서 영화가 막이 내리면 맡았던 배역도 끝나듯이 인생도 그러하다. 그러니까 다만 오직 자기의 중심인 심봉을 의지하고 돌아가라.” 고 하는 겁니다. 바람에 비행기 프로펠러가 돌아가듯 그렇게 인생살이가 돌아가는 것이니 가운데 중심을 쥐고, 즉 말하자면 바퀴가 돌아가듯이 심봉을 쥔다면, 심봉은 끄떡도 안하고 힘만 배출하기 때문에 그 힘을 바로 찾고서 돌아가는 겁니다, 인생이.
그래서 거기에는 이유가 붙지 않습니다. 잘하고 못하고, 못나고 잘나고, 여자고 남자고, 낮고 높고, 잘 살고 못 살고 하는 것을 다 떠나서, 오직 내 심봉을 딱 쥐고서 그대로 흘러가듯이 돌아갑니다. 이 심봉을 의지한다면 바퀴가 이탈되지 않으니까요. 심봉이라는 건 반야줄이라고도 할 수 있고, 자기 주처라고도 할 수 있고, 자아라고도 할 수 있고, 불성이라고도 할 수 있고, 자부처라고도 할 수 있고, 여러 가지로 이름이 다양합니다.
그러니 다만 그 근본처를 의지하면서 오직 함이 없이 하면서 돌아간다면 여러분이 한 찰나에 그냥 그대로 자연스럽고 여여하게 살면서 삶의 보람을 느끼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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