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하다 보면 할 일 안 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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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가끔은 어떤 일들이 잘되기를 바랍니다. 모든 것이 잘되고 못되고가 없이 그냥 그렇게 관하고 있다 보면, 마치 무언가 해야 될 것을 하지 않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저의 관에 잘못이 있지 않은 지요. 그리고 사업과 가정의 안위 등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과연 바른 모습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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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말씀
왜 나는 망상과 번뇌가 이리 많나 하는 생각도 놓고, 또 공부를 빨리 해야 되겠다 하는 생각도 놓고, 공부가 왜 이렇게도 안될까, 사생결단을 내야지 하는 생각도 놓고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해야 됩니다. 그러지 못하고 나는 왜 이렇게도 놓는 것이 잘 안되나 하고 자꾸만 조바심을 낸다면, 그것은 마치 많은 다리를 가진 지네가 잘 가다가 문득 자기 다리를 보고는‘아니, 내 다리가 이렇게도 많은데 어떻게 해서 서로 엉키지도 않고 잘 갈 수가 있었을까?’하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서로 다리가 엉켜서 갈 수가 없었다는 얘기와 같습니다. 그냥 믿고 놓고 가면서 잘 가는 것을 공연히 생각을 일으켜서 걱정을 하니까 오히려 갈 수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잘된다 안된다 하는 생각도 다 놓으라고 하는 겁니다.
마음공부를 하는 분들 중에 어떤 분은‘아니, 내가 한 번 죽지 두 번 죽나? 하늘이 무너져내려 죽는다 해도 죽으면 죽는 대로 살지.’이러는 사람은 아주 잘 살게 되어서 괜찮은데, 어떤 사람은 살려고 바둥바둥 대면서 ‘나는 왜 다 맡겨 놓는데도 안되나? 부처님! 주인공! 제발 살려 주십쇼!’이런단 말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어리석은 일입니까? 해 달라긴 누구더러 해 달랍니까? 해 달라면 벌써 둘이 되는 게 아닙니까? 이래 가지고는 아무리 빌어본들 공덕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주인공에 놓았다면 놓았다는 생각마저 없이 놓고 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잘 돼야 되는데, 잘 안되면 안 되는데, 혹시 안 되는 것은 아닌가?’ 하고 노심초사한다면 결재가 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정말로 근본을 믿고 좀 지극하게 맡겨보세요. 어차피 죽을 것 하루 빨리 죽으면 어떻고 하루 늦게 죽으면 좀 어떻습니까? 생명이 붙어 있는 날까지 운명의 노예가 되지 않고 자신의 삶을 떳떳하게 좀 살다가 간다면 하루 빨리 죽는 것도 억울하지 않을 것 아닙니까? 안 그럴까요? 다시 말하지만, 무엇을 하려고 하지말고, 또 어떤 일이 잘 되기를 바란다면 더욱, 하려고 하는 생각도 잘 되기를 바라는 생각도 모두 그 자리에 놓고 믿고 맡기는 작업을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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