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법문-106_1993년 10월 3일 시작도 끝도 없는 삶의 진리
본문
질문: 큰스님, 저는 질문에 앞서 큰스님께 부탁 아닌 부탁 말씀을 드릴까 합니다. 현재 히말라야 산맥 주변에 거주하는 성자들은 500세 이상을 생존해 계시면서 중생들을 제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큰스님, 무시무종이라고 합니다만 심봉이 바로 서지 못해 정신세계의 맛을 올바로 보지 못하고 있는 저로서는 큰스님께서도 현 법체를 500세 이상 유지하시면서 저희들을 이끌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철부지 어린애가 떼쓰는 것 같을지라도 큰스님께서 한마음 내주시면 가능하리라 믿습니다. 오로지 저희들을 위해서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큰스님: 뭐를 간절히 부탁했습니까?
질문: 무시무종이라고 합니다만, 큰스님께서도 현 법체를 500세 이상 유지하시면서….
큰스님: 우리가 말입니다, 영원히 사는 겁니다, 영원히. 삼천 년 전의 석존이 되든 단군 할아버지가 되든 누가 되든 여기 이 자리에 여러분들이 계신 한 여러분들이 다시금 변장하고 다시 나온 것이지 따로 없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지금 죽었다 하는 것이 죽는 게 아니라 바로 옷을 빨아 입으려고 벗어놓고 다시 새 옷을 입은 거와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원히 돌아갑니다, 영원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지요. 어느 참, 형제같이 아주 절친한 두 친구가 있었는데 한 사람은 중이 되고 한 사람은 사회에서 그냥 사는 사람이 됐는데, (사회에서) 사는 사람이 어머니가 돌아가셨더랍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좋은 데로 천도나 좀 시켜달라고 그 친구 중을 불렀더랍니다. 그러니까 친구 중이 와서 하는 말이 “에이, 오지나 않았으면 가지나 않을 것을….” 그러더란 말입니다. 그러니까 얼른 쉽게 말해서 “아니, 살지 않았으면 죽지나 않을 걸….” 하는 소리나 똑같은 얘기죠.
그러니 그 말을 한번 거꾸로 생각을 해본다면 영원한 우리의 삶입니다. 우리는 죽는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살 수가 없는 것입니다. 항상 자기가 한 대로 따라갑니다. 그리고 현실에 다시 나옵니다. 우리는 이 세상을 허탈히 봐서는 안됩니다. 가게 물건을 사러갈 때 반드시 돈을 주고 물건값에 해당한 거를 사 옵니다. 그런데 내가 돈을 줬다고 하며 또 그쪽에서는 내게 물건을 줬다고 하겠습니까?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내가 받은 새가 없고 너도 나를 준 새가 없느니라.” 했습니다. 이 세상에 진리라는 것은 그렇게 정확하고 그렇게 아주 빈틈이 없는 진리인 것이며 생활인 것이며 우리의 삶입니다.
그러니 그것을 무시무종, 이 자체가 바로 그대로 우리가 지금 무시무종하고 가고 있는 겁니다. 우리 여러분들이 여기 오시느라고 여기를 걸어오셨겠죠? 그런데 누구도 여기를 봐도 발자국을 모아서 걸머지고 온 분 하나도 없네요? (박수 살릴 것)
질문: 이제 질문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큰스님, 오늘 설법 도중에 이미 해답이 다 들어 있습니다마는 이미 준비해 온 질문이기 때문에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처음 한마음선원에 오게 되면 다른 사찰과는 여러 가지 다른 점이 눈에 띕니다. 우선 법당부터가 불상(이) 한 분만 모셔져 있고 장엄물이 적습니다. 또 관음재일, 지장재일이니 금강경 강의나 다른 경전 강의하는 것을 못 보았고 오직 한마음 주인공을 관하라고만 하십니다. 이 차이점에 대해서 다시 한번 더 말씀 부탁드립니다.
큰스님: 가정에서 만약에 대표인이, 가정을 이끌어나가는 아버지가 둘, 셋이라면 그거 참 골치 아프겠지요? 아, 어머니가 둘, 셋이라도 골치 아픈 일인데 (하물며) 아버지가 둘, 셋이라면 얼마나 골치 아프겠습니까? 그래서 부처님은 과거심 · 현재심 · 미래심이 바로 현재심 하나일 뿐입니다. 이 세상만사가 하나로 돌아갑니다. 전부 삼천대천세계 우주 삼라만상이 전부 하나로 돌아가며 그 하나마저도 공했다 했습니다. 아까도 ‘내가 나라고 내세울 게 하나도 없다.’ 내면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하나도 내세울 게 없다고 했죠. 그러니까 그것이 모두 내면으로도 나 아님이 없고 바깥 외부적으로도 나 아님이 없는 것입니다. 왜? 보십시오.
어느 회사를 경영하는 데도 직원이 없으면 사장이 없을 것이고 사장이 없으면 직원이 없을 것입니다. 직원과 사장이 어떻게 둘입니까, 회장과. 이게 없어도 아니 되고 저게 없어도 아니 되고 이게 없어도 아니 되는데, 우리가 또 생명이 없어도 아니 되고 마음 내는 게 없어도 아니 되고, 마음 내는 게 없으면 목석이고, 생명이 없으면 무효고, 육신이 없으면 보이지 않고 이러니 또, 다 이게 하나도, 손가락 하나도 없어서(는) 아니 되는 거죠.
그러니 우리가…, 지금 뭐라고 했는데 내가 이런 말을 하죠? 무슨 말씀을 하셨는데 내가 지금 이 말을 하고 가죠? 참, 그렇군요. 그래서 우리가 사람들을 모두 아주 쉽게 인식하고 가게 만들려면 아버지 하나면 족합니다. 아버지 하나면 족하듯이 바로 부처님은 하나이지 둘이 아닙니다. 수천만 분이 깨우쳤다 하더라도 평등 공법, 봉, 봉에 같이 모든 마음이 한마음이 돼서 주둔하고 돌아가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누구 하나가 따로 부처가 있다는 말을 한 분이 없습니다.
그래서 여래라는 것은 높고 낮음이 없이 한마음으로 이것이 공생 · 공용 · 공체 · 공식화 하고 돌아가고 평등하다는 그 뜻으로 바로 “여래의 집” 했고, 이것도 여러분들의 몸 한 채 한 채가 여래의 집입니다. 바로 이 속에 있는 모든 자생중생들은 화하게 되면, 바로 제도가 되면 그 여래 집 안의 바로 여래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두가 공통적으로 나 아님이 하나도 없으니까 그냥 깨우치면 그냥 여래지요, 여래의 집이고. 그리고 일체 또 외부로 따진다면 모두 하나가 그냥 돌아가는 게 하나도 없어요. 같이 같이 맞(물)려서 모두가 같이 돌아가지요.
생각을 해보세요. 세상을 내다보세요. 하나나 혼자 살 수 있는 세계인가. 독불장군으로 혼자 사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여북하면 무시무종이라고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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