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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법문-105_1993년 9월 18일 자기가 했다는 생각이 없는 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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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항상 오고 감이 없이 같이 있는데 큰스님 다시 또 이렇게 뵙게 되니까 참 반갑습니다. 제가 질문하고 싶은 것은 불교에서는 보시행을 매우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생은 끝 간 데 없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홍서원(四弘誓願)에서 중생무변서원도(衆生無邊誓願度)’ 라고 되어 있는데 그렇게 한없이 많은 중생을 대상으로 어떻게 보시행을 해야만 보시바라밀을 완성할 수 있는 것인지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답변:무변서원도(無邊誓願度)’라고 그러지 않았습니까? 무변! 이 마음을 말입니다. 나는 항상 그렇게 여러분들한테 말씀드립니다. 또 나 자체가 그렇게 살아 왔고요. 남을 무슨 뭐를 줘도 내가 그걸 받으려고 줘서는 안됩니다. 그러면 보시가 아닌 겁니다. “내가 이거를 주되 너는, 내가 이걸 줬으니까 너 잘되면 나한테 꼭 잘 해야 돼.” 하고 주는, 말로 그렇게 해서가 아니라 마음으로는 그렇게 바라고 합니다. 형제지간도 그렇고 친구지간도 그렇고 그럴 수밖에 없겠죠. 그러나 그럭하면 보시가 아닙니다. 뒤를 보지 않는 보시, 무엇을 바라지 않는 보시, 그리고 자기가 했다는 생각이 없는 보시. 왜냐하면 일체 만물만생이 한마음으로 공생, 공용, 공체, 공식화 하고 돌아가는데 어떤 걸 할 때 내가 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내가 한 것도 아니고 니가 한 것도 아니고 전체 한마음으로 모두가 같이 천연적으로 돌아가는 거죠. 그러니까 한마음의 살림살인데 내가 특별나게 내가 줬다, 내가 한다, 내가 했다 그러고서 한다면, 또 그쪽에서도 받고서 이거 이렇게 줬으니까 이거를 보답을 해야 할 텐데.’ 하는 거는 정한 이치로 그것은 인연에 따라서 참, 잘 생각하는 거라고 봅니다. 착한 마음이죠. 그러나 준 사람은 그렇게 해서는 보시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절대적으로 내가 줬다’ ‘내가 했다’ ‘너는 내가 줬으니까 반드시 나한테 잘해야 된다.’ 이런 마음이 없이 하는 게 보시입니다.

 

그리고 마음 보시가 더 중요합니다. 물질 보시보다도 마음 보시! 길을 지나가다가도 하다못해 다리가 성치 않은 사람들이 무슨 장사를 하느라고 끌고 다닌다거나 또는 성치 않은 사람이 그릇을 놓고 좀 달라고 한다거나, 장님이 무엇을 달라고 한다거나. 또 몸은 성해도 그냥 가정이 엉망이 되고 편찮은 사람이 많고 이래서 쩔쩔매는 사람, 부모가 없이 그냥 사는 애들,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뒷 생각 앞 생각도 하지 말고 그대로 나는 수억겁 광년을 거쳐 올 때에 병신도 될 수 있었고, 못나기도 했을 거고 또는 모자라기도 했을 거고 장님도 됐을 거고 모든 것을 다 그렇게 겪어 나온, 바로 내 과거에 그렇게 겪어 나온 내 모습이로구나!’ 하고 바로 내 모습처럼 생각하고 그냥 앞도 뒤도 없이 보시할 수 있는 그 마음! 그 마음이 즉 보시입니다.

 

질문:뒤에 분들에게 좀 죄송하지만 제가 이번에 체험한 걸 좀 말씀드리겠습니다.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다 그럴까, 너무나 참 뭐 엄청나다 그럴 수 있을까 이런 일이기 때문에, 제가 저 며칠 전에 젊은 내외가 싸움하는 것을 되게 호되게 나무랐습니다. 그런데 걔들한테는 지금 돌 지나서 말을 아직 배우지 못한 애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때 화가 나기도 했었지만 역으로 화를 낸 것 같이 야단쳤었는데 몽둥이가 있었으면 가짜로라도 치고 싶은 그런 심정이었습니다. 그런데 호되게 야단치는 그 순간, 그 어린애가 저하고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 눈이 마주치는 순간 저한테 무엇을 바라는 것 같은 그런 마음을 봤습니다. ‘그래, 알았다. 내가 용서할게.’ 이렇게 마음을 먹는 순간 애기가 저한테로 뛰어 왔습니다. 그래, 저한테 폭 안겼습니다. 그리고 일어나더니 자기 아버지한테 가서 또 안겼습니다.

 

제가 그것을 봤을 때에 지금 세상에 어린 애기를 데리고 다니면서 많은 법규를 어기고 있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빨간 불이 들어와도 애기 업고 뛰어 건너가기도 하고, 그리고 남한테 나쁜 말을 함부로 떠들어 대기도 하고, 여러 가지 수없이 많은 나쁜 그런 말들을 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 말들을 하고 있는 그 순간 그 애기는 그렇게 듣고 있는데, 그걸 느꼈을 때 너무나 엄청나고 저한테는 큰 충격이었기 때문에 감히 이렇게 여기 와서 말씀드려 봅니다.

 

답변:그런데 말입니다. 모두 여러분들이 산을 다니든 들을 다니든 집안에서 걷든 모두 이 사물들이 다 못 알아듣는 줄 알죠? 그리고 말을 못하는 줄 알죠? 어린애도 말을 못하고 어린애도 보지 않는 줄 알죠? 그게 아닙니다. 늙어서 다 죽어서 어린애가 된 겁니다. 그랬기 때문에 그 어린애는 늙은이가 속에 들어 있습니다. 그 영혼의 근본이 늙은이니까요. 영혼의 (근본인) 늙은이가 여러분들한테 다 근본이 돼서 있습니다, 어린애한테도. 그러니까 그 마음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한해서는 마음을 전달하기 때문에 그 마음이 마음을 받은 겁니다, 그 애가 받은 게 아니라. 애 모습이 받은 게 아니라 그 마음과 마음이 받아서, 그러니까 마음과 마음이 서로 통한 거죠.

 

그러니까 서로 알고 , 거짓 야단을 치고 저렇게 거짓 야단을 하는구나!’ 하고 얼마나 좋았던지, 그 속 늙은이가. 그래 좋아서 아휴, 요거 참 좋구나!’ 하고는 그리로 뛰어 가려니까 그 모습을 끌고 가야 되거든요. 모습을 끌고 가려니 그 어린애 모습이니까 그냥 모습이 가는 거죠, . 그래서 한마음이 됐다 이겁니다. 이제는 좀더 그런 일이 아마 안 생길 겁니다. 그 애가, 애 늙은이가 봐서.

 

그러니 모든 사물이 다 듣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게 그러게 말을 하고 이게 보이지 않는 데서는 통신으로 통하고 마음으로 통하고 이러지만, 여러분은 말로 통하고만 삽니다, 말로. 그래서 말을 잘못하는 걸 들었을 때는 온통 벼락이 내리도록 화가 나고 온통 죽일 듯이 야단법석이 나죠. 그러니까 엇각이 되고 그러니까 둘로 나누어지고 화목해지질 않고 온통 야단법석이 나니까 깨질 대로 깨지죠. 그러니 무심 속에는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하고, 그러니 화목을 잊어버리고, 삶의 보람을 잊어버리고, 자유를 잊어버리고, 정신계에 물질계가 혼합돼서 자유스럽게 돌아가는 이 세계를 맛보지 못한다 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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