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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법문-140_1992년 4월 5일 영원토록 되주고 되남는 도리

본문

질문: 큰스님께서 법문 하실 때에 ‘콩씨 하나로 만생을 다 먹이고도 콩씨 하나가 되남는다’고 그런 법문을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면서 늘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하고 있는데 과연 저희들 생각이 제대로 된 건지, 아니면 잘못된 건지 좀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한 가지는, 하나의 인(因)이 무수히 나투는 도리, 말하자면 한 점의 불씨가 모든 것을 태우고도 남을 도리를 비유하심이고 또 한 가지는, 마음 또는 인연생기(因緣生起)의 이법, 즉 하나의 콩씨가 햇빛이라든지 토양, 비와 같은 연(然)을 만나서 수백 수천의 콩씨가 되어서 수없는 이타행을 하고도 여전히 콩씨 하나로 되남는 도리를 비유하심이라고 저희들은 이해를 했는데, 과연 바르게 이해하고 있는지 좀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큰스님: 작게 방편으로 말을 한다면 콩씨 하나가 되 심어서 되남고 되남고 할 수 있는 그런 도리겠죠. 그것은 이해는 갈 수 있을지언정 깨달음에 의해서는 갈 수 없다 이런 뜻이 있습니다. 그런 거와 마찬가지로 크게 생각한다면 우리가 죽어도, 우리가 살았다가 죽어도 그 생명의 근본만은 되남습니다. 불씨만은 되남습니다. 그래서 어느 스님이 작대기로 때리니까 “당신이 나를 때리지 못했소!” 한 뜻과 같습니다. 그런 거와 동시에 또 한마디 하려면 이 세상에 삼천대천세계를 막론하고 우리가 다 죽는다 하더라도 불씨는 그대로 있는 것입니다. 이 불덩어리가, 아까도 얘기했듯이, 다 타버린다 해도 타는 사이가 없고, 다 안 탔다고 해도 안 탄 사이가 없어요. 어떠한 불씨의 물질을 가지고 말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전력이 오고 가는 걸 보지 못하듯이 우리의 마음의 광력이라는 것은, 자력이라는 것은 모두가 그렇게 멋대로 보는 게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그렇게 광력과 자력과 통신력과 이 모두를 주어서 모두 여러 사람들이 살고 있건만 그것은 항상 되남아서 영원토록 이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한 개의 돌아가는 그 자체를 볼 때 고정됨이 없이 돌아가니까 떡이라고 표현을 했겠죠. 그러니까 그 떡이란 영원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 떡 속에서 수만 개가, 즉 말하자면 원자에서 입자가 수만 개로 번져서 나가도 나간 사이가 없고 수만 개를 들여놔도 들여놓은 사이가 없고, 두드러지는 사이가 없고 주는 사이가 없이 그렇게 영원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되주고 되남는다는 얘기죠. 

 

우리가 따지고 본다면 여러분들이 ‘죽는다 산다’ 이걸 말을 하는데 이건 물질을 가지고 말을 하는 거지 영원한 자기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원한 자기는 죽은 것도 없고 산 것도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래서 사람은 반드시 살아서 열반이라는 것이 있는 거지 죽은 게 열반이라는 게 아닙니다. 살아서 오고 감이 없이 참, 발 없는 발로 길 없는 길을 오고 감이 없이 가고 올 수 있어야만이 한 발로 땅을 디딜 수가 있고 한 기둥을 세워서 하늘을 받칠 수가 있다 이 소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이번에도 저 상원사에 적멸보궁 거길 올라갔는데 참, 몇십 년 만에 거길 올라갔습니다. 6.25 나던 해에 헤어지고서 마지막 거기서 내려와서 영 못 갔었으니까요. 그런데 한암 스님이 거기 중간에, 올라가는 중간에다가 나무 작대기 하날 꽂아 놨겠다요, 거꾸로. 그거를 생각할 때에 그거는 여러분들한테 가르침을 주기 위해서 꽂아놓은 거지 “내가 영원히 살았다.” 하고 표시 내느라고 꽂아놓은 게 아닙니다. 그래서 나는 조금 아쉬움이 있었던 것은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올라다니면서 눈을 뜨지 못하고 귀가 틔지 못해서 어쩌면 저 작대기 하나 세워 놓은 거를 저렇게 못 볼까. 나무가 이렇게 가지, 잎새, 뿌리 내린 거를 나무 한 그루만 그 스님이 그렇게 심어놨다는 것만 알았지, 도대체 그 스님이 그 가운데 말씀하신 거를 영 모르고 있더라 이 소립니다. 

 

‘적멸보궁이다’ 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첫째에 내가 죽어서 나를 봐야 됩니다. 내가 죽지 않으면 나를 볼 수가 없고 첫째, 함이 없이 할 줄 알아야 하고, 가고 옴이 없이 가고 올 줄 알고 모든 것을 타파해서, 즉 말하자면 저 바닷물이 젖지 않는 도리를 알아야 적멸이다 이거야. 적멸! 사람의 몸이 죽어서는 절대 적멸이 될 수 없고 열반이라는 이름조차 부를 수 없다 이 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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