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법문_166-1997년 4월 6일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라
본문
질문: 스님, 감사합니다. 저의 어설픈 질문이 스님의 가르침에 누(累)가 되지 않을까 송구스럽습니다. 제가 이 년 전 어느 날 스님께서 저에게 호두 한 알을 건네주셨습니다. 저는 너무 기쁘고 환희심에 차서 한시도 그 호두를 제 손에서, 그리고 제 주머니 속에서 놓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너무나 기쁜 나날들이었습니다. 그러기를 한 이 년 시간이 가다 보니까 제법 그 호두도 제 손때가 묻어서 보기도 좋게 윤도 나곤 했습니다. 얼마 전이었습니다. 문득 진실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곧장 그 호두를 깨어서 그 속을 맛있게 파먹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영문도 모르게 막 울었습니다. 한참을 울고 나니 웬걸, 거기에는 스님이 계셨습니다. 그때 뭐라 할 수 없는 눈물이 또 쏟아졌습니다. 실컷 울었습니다. 그런데 안에서 또 이런 생각이 나왔습니다. ‘아, 스님은 어디에든 다 계시구나! 또 무엇이든 하고 있으시구나! 그러면서 풀 한 포기 바람 한 점에도 평등공법으로 어루만져 주고 계시구나!’ 하는 생각이 나왔습니다. 저의 어리석음을 탓하시어 가르침을 주십시오.
큰스님: 옛날에 내가 공부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길을 걸어올 때 얘깁니다. 나의 모습으로 보였다고 했죠? 당신의 마음이 말입니다, 때로는 나로 보인다면 그, 둘이 아닌 까닭에 나로 모습을 보였다 뿐이지 당신, 당신이에요. 당신이 그렇게 하나로 되고, 찰나에. 또 당신이 당신으로 보인다면 그, 나로 보였든 게 당신한테로 하나가 돼버려. 그러니까 이거는 당신의 가르침의 과정이지 내가 보인다고 나로만 생각하지 말고 ‘어디고 다 있구나!’ 하는 그 생각도 옳지만 배우는 과정에서는 때로는 찰나에 부(父)가 되고, 자식과 아버지가 하나가 돼버려. 하나가 되고 때로는 생각을 했다 하면 자(子)가 돼버려, 그냥. 부와 자가 그냥 자가 돼버려. 하나가 돼버려. 그러니까 그 도리만 알면은 자유자재권을 얻을 수 있어. 모든 게, ‘어느 거 하나 내 거 아님이 없다.’ 하는 도리도 그 까닭이지.
그러니까, 하여튼 깨 먹은 건 잘 깨 먹었어. 언제고 모습이라는 건 없어지게 마련이거든. 깨지게 마련이야. 그리고 먹어치우게 마련이니까 부처님께서 뭐라고 하셨냐면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라.’ 그게 무슨 먹는 걸 말하는 게 아니지. 알지? ‘부처님이 대신 못 깨우쳐 주니까 부처님을 한마음에다 흡수시켜라’ 이 소리거든. 먹어치워라 이러는 게 막말로 그냥, 잡아먹으라는 게 아니라…. 흡수시켜라. 둘 아니게 흡수시켜라. 모든 거, 악한 거든지 선한 거든지 개구리든 뱀이든 하여간에 나한테 앞에 닥친 거면 다 그냥 흡수시켜라 이거야. 그래서 이심전심으로 한번 싱긋 웃으면 꽃 한 송이 든 거와 같이 이심전심으로 그냥 전부 통해라 이거야. 여북하면 부처님께서 뼈 한 무더기를 놓고 사생자부를, 사생자부가 되라고 뼈 한 무더기 놓고 가르치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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