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법문_178-1996년 2월 4일 한철 공부가 세세생생을 돌아간다
본문
질문: 언제나 저희들 손에 어마어마한 보물을 쥐여 주셔서 늘 감사함을 금치 못합니다. 저는 좀 개인적인 문제입니다마는 어머니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가 한 10여년이 훨씬 넘었는데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에는 장례를 치루고 한 삼사 일 지났는데 묫자리에서 물이 날 것 같다 이래서 옮기자, 그 꿈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장을 하겠다고 팠습니다. 그랬더니까 아버지 관 주위에 금붙이가 쫙 돌아있었습니다. 그래서 잘못 팠다고 해서 다시 되묻으며 보니까 그 주위에 붉은 꽃이 쭉 보였었습니다. 그리고 한 삼 년 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요, 불심이 참 돈독하신 분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이 법을 함께 만나지 못했던 거를 제가 아쉽게 생각하지만, 돌아가시기 직전에 공원묘지에 가시겠다고 그래서 공원묘지에다가 장지를 마련했었습니다. 그랬더니 며칠 후에 어머니께서 "얘야, 내가 거기 너희들 그 산소 마련했는 데 가봤는데 참 좋더라." 그런 말씀을 하시고 암으로 얼마 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별일 없이 세월이 지났는데 작년쯤부터 어느 날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해서 막 야단을 하고, 또 어느 날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해서 또 자꾸 보이고, 어느 날은 또 두 분이 함께 돌아가셨어요. 그러더니 요전 언제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전에 살던 농촌집 밭에 물이 가득하면서 비가 엄청나게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장례를 치러야 되는데 큰일났다고 그랬더니 비가 점차 멎고, 그런 일들이 지금 10여 년이 훨씬 15년 가까이 되고 있는데 자주 일어나서 제가 늘 ‘주인공, 일체제불과 조상님이 한마음인데 이 시봉자는 아무도 모르잖아. 그러니까 그 자리에서 너만이 알 수가 있는데 그 뜻이 무엇인지 분명히 너는 얘기를 해줄 수 있잖아." 그런 관을 계속 끊임없이 해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달 안양 문예회관에서 큰스님 법문하신 이후에 저희 혜인스님하고도 잠깐 제가 말씀을 드렸습니다. “스님, 이런 일들이 10여 년 지난 이후에 자주 일어나는데 저는 그 해답을 듣기 위해서 계속 관은 하지만 뭔가 잡히는 게 없다.” 그런 말씀을 드렸더니 “마음자리에서 어떤 생각이 일어나더냐?” 말씀하셔서 “저는 별다른 생각은 없고 한생각이 탁 떠오르는 건 아니고, 그냥 조상님을 위해서 재를 좀 올려드리면 어떨까 하는 그런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했더니 좀 더 관해 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오늘도 오면서 자주 그 생각이 자꾸 오르기 때문에 ‘너만이 그것을 분명히, 이 아둔한 시봉자에게 알려줄 수 있잖아.’ 하는데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서 오늘도 이 기회가 마침 뜻하지 않아서 제가 외람되게 말씀드립니다.
큰스님: 그 숙제를 그냥 놔둘까요, 어떡할까요?
질문: 그래도 해결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큰스님: 댁에서 형성되기 전에는 바로 전에 살던 자기 조상이죠. 그것은 아버지가 되죠. 그리고 지금 사는 거는 바로 자(子)가 되죠. 그렇기 때문에 그 공부를, 그 뜻을 가르치기 위해서 아버지가 죽었다고 했습니다. 그래, 내가 항상 그러죠. ‘죽어야 본다’ 이러죠? 그럼 그거를 한번 바꿔 생각을 해보세요. ‘내가 만약에 공한 도리를 알면 죽은 것이다’라는 거요. 공한 도리를 알면 죽었고, 또 어머니가 죽었다 이거죠. 어머니가 죽은 거는 그, 하늘과 땅이 전체가 죽어야 되거든요. 그래야 자기가 생(生)하죠.
큰스님: 그러니까 이거는…, 그런데 어머니 아버지가 또 두 분이 다 돌아가셨다고 그런다 그랬죠? 다 돌아가셨으니까 천지인(天地人)이 그대로 다 죽었으니 자기는 살아날 가망이, 새싹이 또 나온다는 얘기예요. 그러니까 자기 마음에 이게 문이 좀 열린다 이 소리죠, 그게.
그게 왜 부모에다 들이대고 뭐 안돼도 조상의 탓, 뭣도 조상의 탓으로 왜 자꾸 돌리세요? 자기 조상의 탓이에요. 그러니까 자기 조상은 자기를 가르치기 위해서 그렇게 부모의 모습으로 이렇게 화해서 보여주면서 그렇게 하는 거죠. 그러니까 그런 꿈에, 꿈에도 그러니까 생시도 꿈이고 꿈도 생시거든요. 그래서 지금 가르치는 것도 꿈이요, 꿈에 가르치는 것도 꿈이에요. 그러니까 그렇게 꿈이다 생시다 할 거 없이, 그런 꿈이 꾸어지면은 제사 지낼 걱정하지 말구요. ‘아하! 이게 나의 채찍이로구나! 아, 이거 문이 좀 이제…, 두 분 다 자기와 자기가 다 죽었으니까, 둘 아니게 죽었으니까 뭐, 문이 좀 열리게 되나 보다.’ 하고 "참 감사하구나!" 하고 감사하게 생각을 해야죠.
질문: 네, 감사합니다. 제가 늘 공부에 진전이 없어서 안타까웠는데 이제 뭔가 조금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 같아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큰스님: 그래서 댁에를 말이에요. 누구나가 다 먹고 살기 위해서 살겠죠. 그런데 댁에가 교수 자리가 나서지를 않아서 참 힘든다고 그랬죠. 그거를 덥퍽 부처님께서 해줬어 봐요. 댁이 지금 샛눈이라도 떠 갈 수 있다고 말을 하겠나.
질문: 네. 제가 지난번에도 저희 강릉지원의 법형제들이 만나서 올해 다시 한번 각자 공부를 다지기 위해서 재건회 이래서 만났는데, 그랬는데 제가 제 자신을 돌아다 봤을 때 그날도 제가 그랬습니다. 그간에 제가 해왔던 일들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게 언제나 말씀하시는 아상과 아만이 너무나 가득했었다 하는 말씀을, 지난번에 우리 법형제의 어떤 한 분이,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너무나 강하게 보여 주시기 때문에. 그래서 저의 경우도 빗대어서 저도 이런, 제가 살아온 삶을 이렇게 생각해 보면 스스로 ‘제가 이루었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게 엄청난 아상이었다. 그거를 내려놓고 죽이자고 하는 작업을 이때까지 했지만 아직도 내 스스로 봤을 때, 어떤 때는 너무나 팔뚝 같은 게 올라와서 감정을 주체 못한다 하는 그런 얘기도 했었습니다마는 어쨌든 시간이 꽤 여러 해를 다니면서도 맨날 이 몸뚱이만 왔다갔다 하는 게 아닌가 해서 아주 참 부끄럽기도 하고 또 오는 게 기쁘기도 하고요, 그랬었는데 오늘 대단히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큰스님: 하여튼 사람마다요, 그, 먹고 살기 위해서는 살겠지만 그렇게 극치적으로 그냥 안달박달을 하고 그렇게 살지 마세요, 모두. 좀 너그럽고요, 인생이 한철이에요, 한철! 우리가 인생 한철을 요, 그냥 아주 급급하게 살죠. 살얼음판을 걸어가는 것과 같이 살고, 또 망망대해에 배 띄워놓은 것과 같이 살고 이렇게, 이렇게 사는데 그렇게 살지 마시고 망망대해에 가다가 빠져 죽든, 살얼음판을 가다가 미끄러져서 엎어지든 젖혀지든, 그런 거 상관할 것 없이 몽땅, 자기는 그냥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으니까 ‘주인이 알아서 다 하겠지’ 하고, 그냥 다 맡기고 편리하게 놓으세요, 그냥.
그저 이걸 먹으나 라면 한 그릇 먹으나 밥 한 그릇을 먹으나 하루 살기는 마찬가지예요. 내가 항상 그래요. 밥을 한 그릇 떠다 주나 또 눌은밥을 한 반 그릇 갖다 주나 나 먹기는 똑, 그 마찬가지예요. 뭐, 그거 별다른 거 없어요. 그 마음을 가지고 더 좋은 거 해 먹자, 더 좀 맛있는 거 해 먹자 이러는 마음이 그게 파탄을 일으켜요. 이게 그냥 생기면 생긴 대로 우리 집에 들어왔으면 들어온 대로, 또 가면 가는 거 그냥 잡지도 말고 오는 것도 막지도 말고, 생긴 대로 물 흐르는 대로….
물이 뭐라고 그런 줄 아세요? 그 만물만생이 다 물속에서 살아도 다 그저 집이 돼주고, 물이 집이 돼주고 끝없이 흘러가면서 유유하게 흘러가는 거 날 보고 살아라. 나같이만 살면 뭐이 걱정이냐. 산은 산대로 산같이, 나같이만 살라고 그래요, 묵묵히. 그런다면 뭐 걱정이에요. 한철 날 놈의 거, 한철 동안 공부하시는 게 세세생생으로 돌아가고, 세세생생에 돌아가는 그 위치의 권한으로 위 가신 조상들도 다 건질 수가 있고 아래의 자식들도 다 건질 수가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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