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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법문_184-1992년 11월 22일 용도에 따라 굴릴 줄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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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이렇게 스님 가까이 뵙고 질문드리게 된 것을 정말 감사드리고요. 저희 집은 엄마하고 제 밑으로 네 동생이 있거든요. 그런데 엄마가 지금 칠 년째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병상에 계세요. 전 항상 다른 일보다도 엄마나 동생들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스님께서는 나와 남이 둘이 아니라 하셨고 그러니까 저와 엄마가 둘이 아니고 동생도 둘이 아니고, 또 삼천대천세계가 다 한자리에서 돌아간다는 것을 저도 알거든요. 그런데 가끔 이렇게 관하고 맡기다 보면 제 자신이 기복으로 흘러간다는 걸 가끔 느껴요. 왜 그러는지 모르겠고 또 어떻게 해야 되는지 그 말씀을 여쭙고 싶어서 왔습니다. 


큰스님: 기복이라는 건 상대를 두고 믿는 거를 기복이라고 그래. 절대 상대를 두고 믿는다면 그건 기복이야. 나는, 내가 나를 끌고 다니는 달구지와 소와 같은 거야. 그렇기 때문에 이 전력은 다 같아도, 이 불성, 생명이, 근본이 다 똑같다 이거야. 다 똑같은데 마음 쓰는 거라든가, 차원이라든가, 모습이라든가, 모든 게 달라. 

그러니까 그 엄마도, 엄마는 엄마대로 받을 수 있는, 즉 말하자면 물을 컵에서 이쪽 컵으로다가 부을 때 컵이라도 들고 있어야 이게 받아지거든. 그러면 그냥 이쪽 컵에 있는 물도 이쪽 컵으로 한데 옮기면 그냥 한 그릇이 돼 버리지? 마음도 역시 그래. 그래서 엄마도 동생도 이걸 모르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그 관하는 도리는 가르쳐 줘야 돼. 그리고 항상 관할 때에, 저쪽에서 만약에 받아들이지 않을 때는 그냥 저쪽 주인공으로 내 마음이 그냥 내 마음을 줘 버리고, 이게 바로 손 폈다가 오그렸다 하는 도리야. 이게 중용이야, 작용이 아니라. 활용이 아니라 중용이야. 왜냐하면 내가 이쪽으로 가면 이쪽이 하나가 돼. 엄마가 하나가 돼 버리고, 엄마 마음을 나한테로 넣으면 내가 하나가 돼 버려. 이 도리들을 모두 모르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 거야. 

그러니까 즉 말하자면 이 마음이라는 것은 수만 개를 갖다 넣어도 그 마음은 두드러지지 않아. 수만 개를 꺼내도 줄지 않아. 그렇기 때문에 이 도리, 이 어마어마한 도리를 모두 실험하고 체험하고 알아야 되겠기에 이 ‘되돌려 놔라’ 하는 작업을 해라 하는 거야. 진짜로 믿고 작업을 해라. 이 내가 나를 발견치 못하면, 부(父)와 자(子)가 한데 상봉을 못 한다면 어떻게, 자가 부로 가면 부가 하나가 돼 버리고, 부가 자로 오면 자가 하나가 돼 버려야만이 가만히 있으면 부처가 되고, 생각을 내면 법신이 되고, 몸을 움죽거리면 화신이 되지 어떻게 그렇게 될 수가 있느냔 얘기야. 그러니까 그 도리를 알기 위해서 우리가 지금 공부하는 거야, 모두가 나와 전부 도반으로서. 

그러니까 여기서 모든 사람들이 들고 나고 다니는데, 손이 오그라들고 모두 발을 걸음을 못 걷고 그러는 사람들도 다 나아서 다녀. 왜 그러냐?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한통 속에 있기 때문이지. 이거야. 그건 무슨 소리냐 하면 전깃줄과 전깃줄이 한데 합쳐지니까 불이 들어오더라 이 소리야. 이게 한 쪽만 가지고는 절대로 이게 될 수가 없어. 안 그래? 이게 갖다 이어놔야 불이 들어오지! 그러니까 관하는 법을 똑똑히 가르쳐 드려. 

모든 가정에서 용도에 따라서 나한테 다가오는 것을 다 거기다 놓고 용도에 따라서 굴릴 줄 아느냐. 아까도 얘기했듯이 거기다 맡기고 지켜보고, 또 어떠한 용도는 용도대로 거기다 맡기고 또 지켜보고, 그저 믿으면 맡길 수가 있지만 믿지 못하면 맡길 수가 없다 이거야. 그리고 만날 ‘주인공, 해 주시오.’ ‘주인공, 이렇게 나 좀 해 주시오.’ 한다는 거는 그건 어불성설이야. 그건 있을 수가 없어. 그것이 상대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거야. 

생각을 해 보니까 잘못된 점이 있지? 

그래, 어렵더라도 잘 넘기면서 직발 활을 쏘도록 하는 그 심력을 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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