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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법문-94_1993년 4월 4일 한 발짝을 뗐으면 그대로 놓고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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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청년회 불자들의 경험담을 기록한 <죽어야 나를 보리라>는 책자를 보다가 의문이 나는 부분이 있어서 여쭙겠습니다. 그 중에 보면 한 불자가 공부하던 중에 은산철벽을 느끼고 고심하던 끝에 어느 날 느낌의 소리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런 다음 그 느낌의 소리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공부가 무르익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좀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있어, 그 느낌의 소리가 대답하면서 이르기를 대답한 내용을 절대 기억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그 당사자에게 지옥 구경, 극락 구경을 시켜주어서 본인은 예수를 만나고 부처를 만났다고 했습니다. 기억하지 말라는 말과 지옥, 극락 구경은 무엇을 말함인지요. 큰스님께 마지막으로 여쭙겠습니다. 

 

큰스님: “기억하지 말라하는 것은 우리가. 한번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이 문제를 가지고. 속에서 대답을 하되 내가 대답한 것을 기억을 하지 말라!” 여러분들한테 아마 그랬으면 그 뜻이 무엇인가를 한번 대답해 보십시오. 여러분들 중에 한마디 대답해 보십시오. 무슨 뜻인가.

대중 가운데: 모든 것을 놓고 가라는 말입니다.

 

큰스님: 그렇기도 하죠. 그래서요, 이 한 발짝을 떼어놓는 바람에 한 발짝은 다른 데를 떼려고 놓습니다. 벌써 한 발짝 떼 놓으면 이 발자국은 과거가 됩니다. 그런데 이 한 발짝 떼어놓는 사이에 벌써 이거는 놔야 될 건데, 그걸 붙잡고 늘어져야 되겠습니까? 기억을 하지 말아야지. “기억을 하지 말라.” 하는 그 언어가 좀 그렇다 하더라도 그렇게 언어를 하지(붙이지) 않으면 그 뜻을 달달달달, 그 속으로 깨달아서 아는 게 아니라 입으로 그냥 외울 테니까 그렇게 한 겁니다.

예를 들어서 이것이 기억하지 말아라.” 이걸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안 그런가. 여러분들이 주인공에다가 모든 걸 진짜로 믿고 거기다가 맡겨 놓고선 믿고 그래야 되는데, 도로 끄집어내질 말아야 되는데 끄집어낸단 말입니다. 거기에도 해당이 됩니다. 그걸 한 발짝 딛고 나갈 때에 벌써 한 발짝은 놔졌으면 그대로 놓고 가야 될 텐데, 그거를 되새기면서 그걸 되 집어서 잊어버리질 않고. 믿으면 그냥 그냥 거기다 놓고 잊어버리는데, 잊어버리지 않으면서 잊어버리는 거죠.

 

그런데 이거는 꼭 붙잡고는, 일을 하라고 서류를 줬다가는 다시 끌어내서 꼭 붙잡고 있으면 그게 됩니까? 그러니까 그 서류를 맡겨 줬으면 그냥 기억을 하지 말아라. “믿었으면 그대로 믿어라.” 이런 것도 되고 너가 한 발짝 떼어놨으면 뒷 발자국은 그냥 놔야지 그걸 왜 되 붙잡고 가느냐.” 이 소리도 됩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공부하시는 분들이, 이것이 이해가 안 되겠죠?

그러나 이 마음이 발현이 된 사람들은 대략 짐작을 합니다. 벽을 치면 봇장이 울리게끔 돼 있거든요. 벌써 여기를 탁 짚으면 벌써 소리가 나죠. 그 소리를 끼어 잡고 다닐 수는 없지만 그 소리 나는 건 정녕코 소리가 나거든요. 소리를 담아갈 수도 없고 묶어갈 수도 없고 쥘 수도 없지만 소리는 분명히 있어요. 그렇듯이 그런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지혜롭게 한번, 그런 것을 의심이 나면 이렇게 한번 물어보고 또 자기 걸로 만들어서 요리를 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시길 바래요. 또 그 다음에 또 뭐 있습니까?

천당 지옥이라 그랬지, ! 천당 지옥이라. 그거는요, 또 우리가 그 말을 가지고 우리가 이론으로 따질 게 아닙니다, 말을 가지고. 그 말은 이름일 뿐입니다. 이름 이외에 넘어서야 됩니다. 우리가 마음을 착하게 쓰면 천당이 보이고 악하게 쓰면 지옥이 보인다. ‘마음의 눈으로 보인다이게 분명코 우리가 사는 세상에 그대로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천당도 보여주고 지옥도 보여줬다. 이게 그럼 이렇게 말하지 뭐라고 말합니까. 말을 할 수가 없는 말을 하려니까 방편상 이름을 그렇게 붙여야지 어떡합니까?

 

천당도 보여주더라. 지옥도 보여주더라. 이 세상에 모두, 딴 데 있는 게 아니라 이 세상에 모두 지옥도 있고 천당도 있더라. 그런데 그 천당 지옥이 어디에서 오느냐 하면 너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이런 거죠 뭐. 그러니 그 말 가지고 하지 말고, 그 말이 나왔으면, 이해가 안 되는 말이라면 , 이게 이해가 안 가는데.’ 하고 한번 이렇게 질문을 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질문: 감사합니다. 저는 부처가 되기 위해서 더욱 철두철명하게 마음공부를 열심히 하겠습니다.

 

큰스님: 아니, 부처가 되려고. 내 이 소릴 안 하려도 또 해야 되겠네.

지혜로운 사람은 마음을 구하려고 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부처를 구하려고 한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그러니 절대로 어리석은 사람은 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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