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법문_186-1992년 11월 22일 진짜 해야 할 생각
본문
질문: 사람이 살면서 호흡을 멈출 수 없듯이 생각도 계속 끊이지 않고 걸을 때마다 생각나고, 생각도 이 호흡과 똑같은 그런 작용을 하고 있는데요. 생각을 멈출 수 있는 그런 방법이 있다면 어떤 것이….
큰스님: 이거 봐요!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어요. 생각을 건전하게 생각을 하느냐, 생각을 막되게 하느냐. 그거에 따라서 있겠죠. 내가 생각이 나는 게 아니라 그냥 눈으로 보고 듣고, 나무가 흔들리고, 바람이 불면 이쪽으로 흔들리고, 이쪽으로 바람이 불면 이쪽으로 흔들리고 그러는 걸 봐요. 그러면 ‘아, 저 나무도 바람이 저렇게 불어도, 이쪽으로 쓸리면서 모진 바람을 쐬도 말 한마디 없이 저렇게 인내 있게 가는구나!’ 하고, 어떤 때는 또 비가 쏟아지고 그러면 ‘어, 저렇게 비를 맞고도 의연하게 있구나! 저 나무들도 전부 스승 아닌 게 없구나! 모두 나같이 살라고 하는구나! 그러면 너, 나무들아! 너, 나를 봐라, 또. 나를 보고 배워. 또 나는 너를 보고 배운다.’ 그럼 서로 주고받고 주고 받고, 이게 스승 아닌 게 하나도 없어요.
또 가을철에, 겨울철 이런 때는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앙당한 가지만 남아서 그냥 휘익 날려요. 그럴 때를 보면 또 생각이 나기를, 보면 보는 대로 그런 거예요. 인간이라면 아주 정이 많죠. 모두 사랑 아니면 모두 뭐,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놈의 사랑 때문에 울고불고 웃고 즐기고 이러죠. 그런데 그런 걸 볼 때에 그렇게 생각이 들어요. ‘아, 너는 참 앙당한 가지만 남고 옷을 다 벗고도 그렇게 추워서 벌벌 떨면서도 봄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인내 있게 기다려 주는구나! 임이 오기를 말이야. 그 벗은 아내가 잎새가 다시 필 때를 기다리면서, 임을 기다리면서 그렇게 모진 바람에 휘달리고 눈보라에 휘달리면서도 조금도…, 의연하게 말없이, 군말 하나 없이 그렇게 가는구나! 그런데 사람은 뭔가. 조금만 해도 펄쩍펄쩍 뛰고, 조금만 해도 이런 게 치민다고 하고, 조금만 해도 내던져 부수고, 조금만 해도 그냥 때리고 쥐어박고, 이게 도무지 뭔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생각이라는 게 꼬리가 꼬리를 물고 생각을 하더라도 그냥, ‘그렇게 생각을 내게 그렇게 하는 것도 아이, 좀 피곤하지 않아?’ 그러고 거기다가 그냥 ‘그 생각 좀 이렇게 안 하게끔 해.’ 하고 거기다 맡겨 놓고 생각하지 말고 묵묵히 그냥 해요! 그러고 또 정이 생각할 게 있으면 해야지. 하면서도 하지 않는 그 마음이 중요해요.
질문: 네, 그러니까요. 꼭 필요할 때 생각할 수 있는, 그러니까 생각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내가 이렇게 제어할 수 없으니까, 컨트롤 할 수 없으니까 계속 생각이 끊임없이 나는 건데….
큰스님: 아이, 왜 그렇게 계속 생각이 그렇게 나요? 아니, 난 그렇게 계속해서 생각이 나지 않던데?
질문: 아니, 그러니까 그 방법을 좀 가르쳐 달라고 여쭙는 거죠. 그러니까 뭐 좌선을 하면 되는지….
큰스님: 그게 너무…, 이거 봐요! 너무, 그러니까 게을러서 그렇게 자주, 마음이 게을러서 여유가 있어서 그렇게 자꾸 생각이 나는진 몰라요. 마음이 여유가 있으면 꼬리가 꼬리를 물고 자꾸 딴생각을 하게 되죠. 이 마음이 여유가 없을 때는, 꽉 차서 돌아갈 때는 여유가 없어서 딴 생각할 틈이 없다니까! 그러니까 주인공에 그냥 꽉 맡기고 생각 날 때마다 그냥 ‘너 알아서 해.’ 하고 진짜 생각을 해야 할 거는 또 ‘너만이 할 수 있지 않아?’ 하고 그냥 그렇게 해 놓으면, 그렇게 하다 보면요, 아주 마음이 편안하게 돼 버려요, 첫째 벌써. 그걸 느껴요.
여기 물어봐요. 어떤 사람이든지 그런 사람 있을 테니까. 마음부터 편안해져요, 벌써. 왜냐? 가정의 애고가 줄어들죠? 내 마음이 편안해지죠? 남의 탓을 안 하고 남의 원망을 안 하게 되죠? 모두가 자기 탓이니까. 깡통이 열 명이 모였다 하더라도 그건 깡통 된 탓이지, 깡통이 됐기에 깡통하고 같이 부딪치지, 자기가 금인데 어떻게 깡통하고 부딪치겠소? 그러니깐 깡통 자기 탓이지, 전부 자기 탓이지 누구의 탓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그렇게 생각 생각을 꼬리가 꼬리를 물고 그렇게 하지 마시고 모든 건 ‘아, 이 깡통 된 것도 내 탓이로다.’ 이렇게 생각하고 모든 거를 거기다가, 그 가정의, 바깥의 모든 일들 때문에 사람이 살아나가려면 그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자꾸 가죠. 그런데 꿈꾸는 생각, 이 생각하는 것도 꿈이거든요. 그 꿈을 건전하게 꿈을 꾸시지, 그렇게 그냥 산만하게 꿈을 꾸지 마세요. 모든 거는 그냥, 그냥 집어넣어 버려요. 그렇게 집어넣다 보면 편안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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