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법문_188-1992년 11월 22일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본문
질문: 스님, 안녕하십니까? 대행 무문 하에는 생불 보살이 모두가 꿈이고 까마귀 소리 없이 날아 아이는 티 없이 빵긋 웃네. 아! 눈부셔라, 눈부셔라. 푸르고 푸르구나. 여기에 대해서 아미타경에 보면 ‘아미타를 만나게 되면 동방을 비추라’ 말씀하셨는데….
큰스님: 동방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나?
질문: 그렇지는 않습니다.
큰스님: 그럼 귀신 방구씨는 어디로부터 왔다고 생각하나?
질문: 돌장승. 까마귀!
큰스님: 어서, 아직도 멀었으니까 그 시를 읊기에는 힘들어. 그러니까 이 마음이 내가 그, 부(父)와 자(子)가 상봉을 하게 되면 둘이 아니기 때문에 그저 보면 보는 대로 시가 읊어지고 보면 보는 대로 들으면 듣는 대로 시가 읊어지고 그러는 거지마는…, 그거를 머리로써 며칠 고생했지?
그런데 말이야. 그 고생을 해서 되는 게 아니야. 생각을 내가지고 연구를 해가지고 하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귀신 방구씨가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지. 이것이 이 작업을 그저 안다는 것도 거기다 놓고 그냥 우리가…, 그 모든 아는 거, 경을 달달달달 외우고 다 안다, 부처님이 어떻게 하고 어떻게 하는 거 다 안다 하더라도 아는 거는 나중에 깨달아서 써먹게 하고, 모든 걸 그것조차도 거기다 놔. 거기 맡기고 ‘알아도 네가 알지, 나는 관리인이요, 시자일 뿐이야.’ 하고선 거기다 다 놔! 몽땅 하나도 없이, 나 죽고 사는 것까지도 다 놨을 때에 하나도 없이 다 버릴 게 없이 될 때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하는 소리가 그게 진짜로다 법이 되고 진짜로다가 그게 그대로 한데 떨어지지 않는 말이야.
그러니까 내가 나기 위해서 한 번 죽어야 하고, 더불어 같이, 둘이 아닌 도리를 알기 위해서 더불어 죽어야 하고, 또는 더불어 나투기 위해서 세 번 죽어야 된다 이 소리야. 그러니까 그렇게 알고, 이런 거를 계기로 해서 우리가 아, 내가 이렇게 아는 것조차도 그 주인공 바로 거기에서 나오는 거고, 내 자성불이라는 것이 바로 그대로 심봉으로 인해서 내가 이렇게 돌아가는 맷돌과 같지 않은가. 그러니 바로 거기다가 되 자꾸 넣어요. 그러면 저절로 갈려 나올 테니까. 그 작업을 한번 해 봐.
질문: 예, 알겠습니다.
큰스님: 한 일 년만 작업을 그냥 모르는 척하고 모든 거 거기다 놓고 가 봐요.
질문: 감사합니다.
사회자: 무척이나 오랜 시간이었습니다. 저희가 법회가 두 시에 시작했으니까 무려 세 시간 가까이 진행이 됐는데 힘든 줄을 모르고 우리 법우님들 전국 각 지원에서 올라오신 법우님들의….
큰스님: 정말이에요. 정말 여러분들이 법신이자 부처지, 그게 아니면 그럴 수가 있나? 하여튼 여러분들이 이것은 정말 웃고 그냥 넘길 게 아닙니다. 우리가 내 한 몸뚱이, 나를 지팡이에다 걸고 돌아갈 때에 얼마나 힘겨운 그 고통이 오는가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그러면서 우리가 일생에 한 철 나고 가는 것뿐만 아니라 이게 세세생생에 자꾸 나고 들고 쳇바퀴 돌듯이 이렇게 괴로우니까 우리 한 생에서 그냥 벗어나게 합시다.
그러면은 우리 가정에, 내 몸과 가정, 또는 가정에서 사회, 사회에서 이 세계, 세계에서 우주, 우주에서 전 삼천대천세계로 우리는 전부 둘이 아님을 알게 되고 직결돼 있음을 알게 되고 전부 가설이 돼서 돌아감을 알게 돼 있으니까 우리가 자유스럽게 그렇게 살 수 있게끔 돼야 됩니다. 우리 몸과 가정만도 이렇게 타파하고 돌아가는 것만 해도 어딥니까? 그런데 정말 어떠한 그…, 뭐 말로는 형용할 수 없습니다.
내가 그런 소리를 잘하죠. 비가 와도, 비가 안 와야만이 모든 식구가 살겠다 이런 때도 비를 막을 수도 있는 겁니다. 또는 핼리 혜성이나 모든 어떠한 유성이나 그 모든 것이 질서를 지키지 않고 돌아가는 것도 질서를 지키게 할 수도 있고요. 달마대사가 구렁이 갖다 끌어다가 물에 집어넣고 딴 길로다가 가게 하고서 온 것도, 그 구렁이도 무명을 벗기고 또는 사람도 다니는 길에 그렇게 걸리지 않게끔 해 주고…. 이런 거와 같이 우리가 그냥, 여러분들이 그렇게 걸리지 않게끔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여러분들의 실생활입니다. 실생활이 없다면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나하나, 나도 여여하게 걸어갈 줄 알고, 남도 여여하게 걸어가게끔 해 줄 수 있는, 우리가 얼마나 불쌍하고 참, 우리 민족이 얼마나 기가 막힌 민족입니까? 남의 나라에 끌려서 이리저리,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리저리 끌려다니면서 이 발길 저 발길 채이고 얼마나 그랬습니까? 여러분들은 상상할 수 없을 겁니다, 아마. 나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는 있지만 말입니다. 정신대다 뭐다 하고 끌고 간다고 하고, 그때 한창 그랬으니까요, 우리 때는요. 토마토 하나를 얻어먹기 위해서 어떻게 저거 하면 그냥 그저 발길로 차서 밟아버리고 이런 시대니까요.
여러분들은 아주 복이 많아요. 나같이 복 없는 사람이 아니고…. 그러니까 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내 몸과 내 가정, 내 사회, 내 국가 이것만이라도 자유스럽게 할 수 있다면 세계를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세계만 잡습니까? 우주도 잡죠. 과학자들은 무슨 태양이다, 은하계다, 또는 지구가 어떻게 날로 잘못돼 가고 또는 태양계도 축소가 되고, 또는 뭐, 타 버리고 이런다는 말들도 많이 하죠. 하지마는 그런 것도 우리 마음에 달렸습니다. 절대적입니다, 그건. 뭐 종말이 온다. 어떤 종교에선 또 그러고 야단들을 하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모두가, 올려놓는 것도 우리 마음이요, 내려놓는 것도 우리 마음입니다.
그러니까 자유자재, 자유스럽게 살 수 있는 그런 기반의 틀을 기르기 위해서 열심히들 하세요. 그래서 심력을 기르고 체험을 하고 실험을 통하고, 이래서 주위에 있는 사람까지도 좀 편하게 살 수 있게끔 해 주세요. 왜냐하면 주위에 가만히 보면요, 이 도리를 모르는 사람들이 얼마나 그, 고달파. 병원에 가면 병원 문이 그냥 미어져요. 이 가정 가정, 한 가정 한 가정에서 이런 것만이라도 타파해 나갈 수 있고, 그 배신하는 거 사랑으로 엮어 줄 수 있는 그런 그 타파가 있다면 그 얼마나 좋습니까? 그러니까 다달이 아니, 일주일 일주일 나가서 카세트나 뭐, 비디오 법회 할 때도 열심히 들으세요. 거기 뭐 별말을 다 했을 거예요, 아마.
하여튼 여러분들을 오래간만에 만나서 정말, 정말 반갑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의 눈이 내 한 눈일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귀가 내 한 귀요, 내 몸이요, 내 자리인 것입니다. 삼천 년 전의 부처님 자리가 바로 여러분들의 자리일 것입니다. 그러니 그저, 내가 미약하고, 내가 업이 많고, 내가 죄가 있고, 나는 모른다, 이러한 약한 마음을 갖지 말고, 그냥 깡단 있게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이 내 마음의 주먹이, 이것이 바로 믿을 만하다. 허공을 믿을 수도 없고, 이름을 믿을 수도 없고, 형상을 믿을 수도 없고, 중의 고깃덩어릴 믿을 수도 없다. 난 이분이 이렇게, 마음의 도리를 이렇게 얘기해 주셨으니까 그대로 내 마음이 나를 끌고 가는 대로 난 내 주인공! 내 주인공, 개별적인 내 주인공이 아니라 스님, 일체 제불, 일체 중생들이 다 합한 한마음의 그 주인공, 이것만이 난 믿을 게 있다 하고 나가세요. 알았죠?
사회자: 장시간 동안 우리 전국 청년들을 위해서 이렇게 법문을 해 주신 큰스님께 뜨거운 박수로 감사의 뜻을 올리겠습니다.
큰스님 : 그럼, 마음으로 매일 같이 살기를 바래요
- 다음글자기가 불을 켜는 장본인 25.01.13